읽고 · 쓰기 기초교육 필요한 노인 40만명… 농촌노인 3분의 1 관공서 서류작성 등 애로
“80년 동안 본인 이름 석 자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살아왔고, 글씨를 몰라서 일회용 샴푸를 겔포스(위장약)로 잘못 알고 먹을 수밖에 없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농경연)의 ‘농촌 노인의 문해력 제고 방안’ 연구보고서에 언급된 문해(文解) 교육이 필요한 농촌 노인들의 사례다.
14일 농경연 공개한 이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농촌 노인의 절반 이상이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문해(문자해득) 교육이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농촌 지역 65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표본 조사한 결과, 농촌 노인 중 문해 교육이 필요한 노인은 100만여명으로 전체 농촌인구의 약 58%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이 거의 없어 기초문해 교육이 필요한 노인은 40만명 정도로 파악됐다. 농촌 마을당 29명, 읍·면당 754명이 글을 읽고 쓰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농촌 지역 중에서도 읍보다 면 지역이, 성별로는 여성 노인에게서 문해 교육 수요가 많았다. 문해력 저하로 농촌 노인 중 3분의 1 정도가 관공서, 은행, 우체국 등의 서류작성과 이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처방전 이해나 공공 서비스 이용 등에도 불편을 겪는 것으로 파악됐다.
문해는 농촌 노인의 사회 참여와 사회 공공 서비스 이용 확률을 높이고, 건강과 삶의 질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문해가 가능한 노인은 비문해 노인보다 정치 참여에 관심을 가질 확률이 1.9배 높고, 농업·농촌 관련 서비스를 이용할 확률이 2.8배 높았다. 문해 노인은 비문해 노인보다 자신의 건강 상태를 약 4.4배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으며, 삶의 질에 만족할 확률이 5배 정도 높았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농촌 노인 비문해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은 매우 부족해, 국가 정책에서도 농촌 문해와 관련한 정부의 비전이나 목표는 부족한 상태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2006년부터 교육 당국이 성인문해교육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의 자체 역량에 의존하고 있다.
농촌에 특화된 사업은 ‘1면 1문해학교’의 시범 사업 하나 정도이고, 교육 당국과 농정당국의 협력은 전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