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 조영기술을 이용한 망막 미세 혈관 촬영으로 알츠하이머 치매는 물론 치매의 전단계인 경도인지장애(MCI: mild cognitive impairment)도 진단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듀크대학 의대 안센터(Duke Eye Center)의 안과 전문의 딜라그 그레왈 박사 연구팀은 치매가 진행되면서 망막 미세 혈관의 밀도가 점점 낮아진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11일 보도했다.
망막 미세 혈관의 밀도를 보면 치매가 진행되고 있는지, 그렇다면 어느 정도인지까지 알 수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치매는 물론이고 치매로 이어질 수 있는 경도인지장애도 포착할 수 있다고 한다.
망막 미세 혈관 밀도는 일반적인 망막 스캔으로는 알 수 없고 빛 간섭 단층촬영 혈관조영술(OCTA: optical coherence tomography angiography)이라는 해상도가 매우 높은 특수 촬영으로 볼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OCTA는 빛의 파동을 이용, 망막 각 층의 혈류 상태와 사람 머리카락 두께의 절반밖에 안 되는 초미세 혈관의 변화도 잡아낸다.
연구팀은 OCTA를 이용, 치매 환자 39명, 경도인지장애가 있는 37명, 인지기능이 정상인 133명을 대상으로 망막 속을 들여다봤다.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약 32%가 5년 안에 치매로 이행된다.
그 결과 치매 환자가 망막 미세 혈관 밀도가 가장 낮고 경도인지장애 환자가 그다음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 환자의 중증도도 구분할 수 있었다. 즉, 증상이 심할수록 망막 미세 혈관의 밀도는 더욱 낮았다.
치매 환자는 또 망막의 중심부인 황반의 신경절세포-내망상층(ganglion cell-inner plexiform layer) 두께가 다른 대조군보다 얇았다. 나이, 성별, 교육수준을 고려했지만, 이 결과에는 변함이 없었다.
당뇨병, 고혈압 등 인지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질환이나 녹내장, 노인성 황반변성 같은 안질환이 있는 사람은 아예 처음부터 연구대상에서 제외됐다.
망막은 뇌의 연장으로 중추신경계의 일부다. 따라서 뇌에서 일어나는 변화가 망막에도 나타난다. 신경퇴행질환으로 신경조직이 손실되고 이로 인해 뇌의 용적이 줄어들면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 구조에도 손실이 발생한다. 이때는 뇌의 연장선에 있는 망막 혈관에도 같은 변화가 나타난다고 연구팀은 설명한다.
지금은 치매를 진단하려면 비용이 많이 드는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이나 요추에 침을 찔러넣어 샘플을 채취하는 침습적인 방법인 요추전자(lumber puncture)로 치매 환자의 뇌 신경세포에 나타나는 독성 단백질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찾아내왔다.
연구결과는 미국 안과학회 학술지 ‘안과학 망막’(Ophthalmology Retina) 최신호(3월 11일 자)에 발표됐다.
김성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