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드라마에서 다양한 어머니상을 보여 준 배우 고두심이 스크린에서 다시 한 번 절절한 모성 연기를 펼친다.
9일 개봉하는 ‘채비’에서 그가 맡은 배역은 발달장애 아들을 둔 엄마 ‘애순’. 30년간 아들의 뒤치다꺼리를 하며 단둘이 살아온 애순은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고 아들과의 이별을 준비하게 된다. 수많은 엄마를 연기해 온 고두심에게도 장애 아들을 둔 엄마 역할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26일 CGV용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장애우 아들을 둔 엄마는 직접 경험해 본적이 없어 고민을 많이 했다”며 “보통의 엄마가 느끼는 아픔을 배로 표현하려 했다”고 말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있느냐’는 말이 있지만 실제로 엄마가 돼보니 더 아픈 자식이 있긴 하더라고요. 현실적으로 더 안 좋은 처지에 놓인 자식에게 열의를 더 내는 게 부모라는 생각이 들어요. 같은 어머니라도 장애가 있는 자식을 가진 어머니의 입장에서는 그 아픔이 배로 가중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연기했습니다.”
이 영화는 단편 영화를 통해 실력을 쌓아 온 조영준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장애 아들과의 이별을 준비하는 엄마의 모습이 관객을 눈물샘을 자극하면서 따뜻한 감동을 전해준다.
조 감독은 4년 전 80대 노모와 50대 지적 장애인 아들의 삶을 다룬 TV다큐멘터리를 보고 이 작품의 시나리오를 쓰게 됐다고 한다.
그는 “마지막에 노모가 아들에게 영상 편지를 남기면서 ‘네 덕분에 행복했고 즐거웠다’고 말하는데 어머니의 눈빛에서 긍정과 희망을 느꼈다”며 “그 모자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발달장애 아들 인규 역은 배우 김성균이 맡았다. 고두심은 이 작품을 제안 받고 처음엔 망설였지만, 김성균이 아들 역을 맡게 됐다는 이야기그는 “김성균이 출연한 작품들을 눈여겨보고 상당히 다양한 것을 표현할 수 있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어서 작품을 같이 하고 생각을 해왔다”며 “실제로 같이 촬영을 해보니 마치 옛날부터 호흡을 맞춰왔던 사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영화에서 악역 연기로 눈길을 끌어왔던 김성균은 이번 작품에서 발달장애인 역을 맡아 전혀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그는 이 작품이 ‘말아톤’이나 ‘발의 기봉이’를 연상케 한다는 질문에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나도 두 영화가 가장 먼저 떠올랐지만, 일부러 두 작품은 다시 보지 않으려 했다”며 “다큐멘터리를 보거나 직접 장애복지시설을 방문하면서 캐릭터를 연구했고, 아이들의 행동을 보면서 아이 같은 인규의 모습을 표현하려 했다”고 말했다.
1972년 MBC 5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고두심은 45년간 브라운관에서 쉼 없이 활약해왔지만, 스크린에서는 자주 볼 수 없었다. 이번 작품은 ‘그랑프리’(2010) 이후 7년 만의 영화 출연이다.
“배우가 뭘 가린다는 게 비겁한 건데, 제가 그렇더라고요. 젊었을 때는 집을 비우는 게 싫어서 지방 촬영이 많은 영화는 배제했어요. 큰 화면에 전신을 발가벗고 보여준다는 게 겁이 나기도 했죠. 이래저래 다양한 작품을 못했는데 앞으로는 영화에서 그동안 안 해본 악역을 맡는 것도 적극적으로 생각을 해보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