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같은 것은 생각해 본 적 없을 것 같은 할머니가 ‘가수가 되고 싶었다’며 수줍게 말하는 것을 보고 마음 아프고, 뭉클했어요”
충북 괴산 송면중학교 2학년 유예윤 양은 “지난해 할머니를 인터뷰하면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할머니의 소녀 시절 꿈을 듣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송면중학교는 최근 ‘눈 오는 날 메주 할머니’를 발간했다. 전교생 28명이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 16명을 찾아가 인생사를 들은 뒤 전기(傳記)형식으로 쓴 글을 엮은 것이다.
이 책에는 학생들이 어르신들의 고단하고 힘들었던 삶을 이해하고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과정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송면중학교는 소박하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이웃들의 삶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자는 취지에서 2017년부터 ‘위대한 평민 프로젝트’라고 이름 붙인 이 사업을 추진했다.
지난해 ‘소녀와 할머니의 공기놀이’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책을 출간했다. 올해는 학교 인근 마을의 ‘드로잉동아리’도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동아리 회원들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인물화를 그려 책에 실었다.
2학년 김선주 양은 “길 가다 만나면 그냥 지나쳤겠지만,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할머니의 이야기가 모두 소중하게 느껴졌다”고 출간 소감을 전했다.
3학년 정주원 양은 “어린 시절의 첫사랑 이야기와 ‘옛날에 부잣집 아이들이 피아노 레슨을 받는 것을 보고 너무 부러워 뒤늦게 피아노를 배운 뒤 지금도 열심히 연주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땐 마치 소설을 읽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사람의 살아온 이야기에는 감동이 있는 것 같아 할머니에 대한 글의 제목을 꿈꾸는 할머니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신선교 송면중 학교운영위원장은 “이 책을 만들면서 아이들이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고, 인생을 배우는 좋은 시간이 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