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전남 진도에서 대전으로 팔려갔던 진돗개가 1년여 만에 주인을 찾아와서 세상을 떠들 썩 하게한 사건이 있었다.
팔려 갈 때는 차에 타고 머나먼 길로 어디론가 가버렸을 터인데 어떻게 그 길로 되돌아 왔는지는 아직도 불가사의로 남아있다.
그러나 집을 떠날 때는 어떻게는 정들었던 집과 주인을 꼭 찾아 와야겠다는 일념에 젖어 있었을 충의(忠義)로운 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 같으면 팔아버린 주인을 찾아 “너 죽고 나 죽자”하고 이판사판 생각했을 법도 하지만 개는 옛집에 찾아와 주인을 보면서 반가와 어쩔 줄을 모르며 뼈만 앙상한 육신으로 비벼 댔다는 것이다.
전해오는 의(義)견이나 충(忠)견들의 전설은 수 없이 많다. 머지않아도 97년 경남에서 2년산 진돗개가 실종 한 달 만에 상처투성이로 돌아왔는데, 뒤통수와 이마가 둔기에 맞은 상처가 있고, 왼쪽 눈은 실명됐으며, 허리 부분이 올가미에 걸려 살점이 덜어져 나가 뼈가 보이는 상태에서 가축전문 절도단의 피랍으로부터 돌아온 용감한 개도 있었다.
또는 새끼를 낳고 죽어버린 어미돼지 대신 새끼 땐 어미개가 돼지새끼들을 젖 먹여 키운다는 소식이나 어미 잃은 오소리 새끼를 젖 먹여 키워서 자연으로 돌려보낸 어미개도 있다.
가끔 자기자식도 내동댕이치고 도망치는 어머니가 있는 인간 세상에 모성애와 참 인(仁)을 가르쳐 준 경종이 아닐 수 없다.
고려시대 너무나 유명한 ‘오수의 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전북 임실군 오수면에 개를 사랑하던 김 개인 이란 사람이 어느 날 개를 데리고 나갔다가 술에 취해 길섶에서 잠에 빠져 들었는데 마치 들불이 일어나 타들어 오자 개는 시냇물을 몸에 묻혀 주변을 적셔서 주인을 살렸지만 자신은 힘이 빠져 타 죽었는데, 잠에서 깨어난 주인이 사실을 알고 개의 충직을 기려 장사 지내고 이정표로 꽂은 지팡이가 느티나무가 되어 지금도 수령 5백년이 넘는 네그루가 있고, 지역에선 의견상(義犬像)도 공원에 세워놨다고 한다.
개는 자기영역을 철저히 지키며 주인과 도둑을 가리는 영리한 지혜도 갖추고 있다. 미물 같지만 인간에서도 찾기 힘든 모범을 보이고 있는 개의 행동에서 우리는 본 받아야 할 것들이 많이 있다. 또한 개는 주인이 위신을 잃으면 주인답게 여기지 않는 다는 어쩌면 예의를 지키는 동물의 면도 엿 볼수 있다.
미국 뉴저지주는 매년 3월 20일을 ‘개의 날’로 지정해 축제를 벌인다. 우리도 진돗개를 세계적으로 명견으로 육성할 목적으로 시험연구소도 세우고 연구원도 있다.
백화점에서는 개의 목걸이, 밥그릇, 과자, 신발, 칫솔, 옷은 물론 개 껌만 수입액이 10억이 넘었다는 것은 오래됐다. 뿐만 아니라 관세청에서 수입한 마약견과 폭발물 탐지견들은 특급 개 호텔에서 생활하는데 김포공항 견사는 82평에 목욕실, 화장실까지 따로 두고 있다.
1주 두 번 목욕, 세 번 미용 손질, 1년 4회 구충제 복용, 1회 예방접종과 1마리에 1명의 전속 조련사가 배정된 생활을 하고 있다고 예전에 들었는데 지금은 더 잘 갖추었으리라 생각한다.
그 임무에 따라 당연한 대접이 될지는 모르나 보통생각으로는 이해가 쉽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언젠가 강원도 강릉에 침투한 무장공비 소탕작전 때 전사한 군견은 용견비 제막과 묘소에다 훈장까지 수여한 바 있다.
이 정도면 특수 경우일망정 “개 팔자”라고 속된 생각은 버려야 할 것 같다.
흔히 우리는 “개 같은~”이니 “개만도 못 한~”하는 저속어를 사용하는데 그런 비유를 하는 인간들이 오히려 부끄러운 세상에 살고 있다고 반성할 기회를 가져야 할 것 같다.
오히려 “개만 같아라.”하는 말이 존경스런 대상이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