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국회의사당에서 벌어진 한심한 행태를 보며 장차 이 나라의 운명이 어떻게 변할 런지 걱정되어 마음이 답답하고 괴로웠다.
그 사단은 국회에서 제1야당 원내대표가 시정연설을 하면서 표현한 어휘에 항의하는 여당의원들의 소란으로 시작되었다.
북한과의 핵 폐기 협상에 관련하여 우리정부의 안이한 인식을 비판하면서 문 대통령을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수석대변인’이라고 표현한 대목에서 연설을 중지하라고 들고 일어난 것이다.
집권당 의원으로서는 묵과할 수 없는 모욕적인 지칭이라서 그런 소란을 피웠을 것이다. 그 표현문구가 야당의 작품이 아닌 외신에 뜬 것이라는 사실은 아무런 해명 설득력이 없었다. 의장의 제지나 시정연설이라는 의미성은 존중되지 않아 난장판이 되어 여러 번 연설이 중단 되었다.
그 험악한 말싸움을 보며 서글픈 의문이 들었다.
시정연설을 귀담아 듣고 중요한 국정과제에 대한 여야의 해법이 뭔가를 판단하려는데 막상 연설을 경청해야 마땅한 의원들 다수가 과거 비민주적 의회정치의 폐단을 그대로 본뜨듯 마치 충성경쟁 하듯 연설을 방해하고 나섰고 상당수 의원이 퇴장하는 한심한 모습이었다.
시정연설을 의원들을 위해 한다고 오해라도 했던가 아니면 들어본들 여당이 존중해 따라야할 방침이 없다고 예단한 탓인지 모르겠다. 그 정도로 무지한 선량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혹여 하는 노파심에서 환기하면 그 자리는 국민을 향해 시정을 이러이러하게 하겠다는 해결서약을 하는 자리다.
해서 무슨 방안이라도 내 놓으면 판단과 찬반 여부를 유권자국민이 결정하고 선거에서 심판하면 된다. 한데 시정연설을 보고의무자가 방해하다니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정치가 뭔가, 그건 책임지고 국가과제를 해결해 국민을 행복하게 살도록 경영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여야를 막론하고 지혜를 모으고 상부상조해야 함은 의회정치의 기본이고 초등학생도 잘 알고 있는 상식인데 그런 연설을 방해하다니 그런 의원들의 자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야당에서 수석대변인이라 한들 우리대통령이 그렇게 되는 것도 아니고, 국민이 그렇게 믿고 여기는 것도 아닌데 무엇이 문제라고 그리도 야단법석인가 모를 일이다.
정책대결이나 대승적 경쟁하기도 영일이 없는데 국민이 경청하고 있는 시정연설을 방해하고 의사당을 민망한 언쟁마당으로 만들다니 그런 기본조차 갖추지 못했다는 사실이 개탄스럽다.
야당 또한 여당의 실망스러운 짓거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굳이 모욕적인 어휘를 인용한 의도가 나변에 있는지 이해난이다.
아무리 서툰 국정운영으로 여러 가지 파탄을 일으키고 있는 대통령이라 해도 당연한 예우를 함은 상식일진데 여당에서 이성을 잃을 정도로 감정적 촉발을 분기시킨 것은 속 좁은 처사였다. 말이라도 속 시원하게 할 셈으로 그런 표현을 썼다면 선명야당 답지 못한 졸장부 처신이다.
지금은 의회가 강성 야당으로 여당의 독주를 견제하는 시대가 아니라 정책대결로 건설적인 협력을 통해 다수의 횡포를 막아 합목적적으로 의회의 책임을 완수하는 시대다. 한심하게 그런 일을 가지고 국력을 허비할 때가 아니다.
더구나 나라 형편이 어렵고 문제성 미결 국정과제는 산적해 있으며 보수와 진보진영 간의 갈등과 대립이 심각하다.
의원들은 지금 우리나라가 국제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얼마나 어렵고도 전망이 불투명한 처지에 있는가를 알고 초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경제성장엔진의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성장의 핵심동력인 수출만 해도 계속 감소해오고 있는데 3월 상반기에 19퍼센트나 감소했다. 우리 모두가 경제성장 동력을 높이는데 결집하고 협력해야 할 다급한 시기이지 호칭가지고 시비하느라 시급한 국정 처리를 지연시킬 때가 아니다.
이 칼럼에서 일찌감치 지적했지만 핵 폐기를 위한 북한과의 담판이 성공하리라는 지나친 기대가 얼마나 성급했고 나이브하며 국민적 갈등과 스트레스를 증폭시켜 나라의 장래를 위태롭게 만들고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국민은 결코 청맹과니가 아니라 호랑이 같은 눈으로 지켜보고 있음을 위정자들은 한시도 잊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