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책임 응답은 해마다 늘어, 가족 책임은 감소세
“부모 스스로 책임져야” 비율도 약 20%, 매년 증가해
고령화 사회로 부양 감당 못할 젊은 층 의식 변화해
우리나라 성인 남녀 10명 중 5명은 부모님 부양을 가족과 정부·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반면 장남이 부모님 부양을 담당해야 한다는 의견은 5%에 그쳤다. 부모님 부양에 대한 사회적 책임 수요는 증가하는데 반해 가족의 의무로 생각하는 비율은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지난달 31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최근 발행한 2018 한국의 성인지 통계에 따르면 13세 이상 3만7461명 중 가장 많은 48.3%가 부모 부양을 가족과 정부·사회가 해야 한다고 답했다.
가족이 아닌 정부·사회의 책임이라고 답한 비율은 5.7%에 그쳤다. 가족이 부양해야 한다는 응답은 26.7%, 부모 스스로가 해결해야 한다는 응답은 19.4%였다.
2010년 이후 추세를 보면 부모 부양을 정부·사회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거나 부모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증가하는 반면 가족이 부양을 담당해야 한다는 응답은 감소세다.
부모 스스로가 부양을 책임져야 한다는 응답은 2010년 12.6%, 2012년 14.0%, 2014년 16.6%, 2016년 18.6%로 조사 때마다 증가했다. 정부·사회의 책임 역시 같은 기간 3.85%, 4.25%, 4.40%, 5.10%로 늘었다.
반면 가족의 책임이라는 응답은 2010년 36.1%, 2012년 33.0%, 2014년 31.8%, 2015년 30.9%로 줄었다.
가족의 책임이라고 응답한 사람 중 72%는 아들과 딸 구분없이 모든 자녀가 부양해야 한다고 답했다.
장남 또는 맏며느리라고 대답한 사람은 5.0%에 그쳤다. 자식 중 능력있는 사람이 맡아야 한다는 응답은 18.3%였다. 성별과 능력 여부를 떠나 특정인이 아닌 모든 자녀가 골고루 부양에 참여해야 한다고 답한 셈이다.
연구진은 “부모님 부양에 대한 견해를 살펴보면 여성과 남성 모두 부모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가족이 부양해야 한다는 생각, 그 중에서도 장남 또는 맏며느리가 부양해야 한다는 생각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부모와 함께 동거를 하고 있는 비율은 7.6%인데 반해 68.8%는 부모와 따로 살고 있었다. 부모생활비의 주 제공자도 ‘스스로 해결’이 57.4%로 가장 높았다. 모든 자녀가 생활비를 제공하는 비율은 26.4%였고 장남 또는 맏며느리만 생활비를 내는 비율은 4.3%에 그쳤다.
조사를 담당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주재선 박사는 “젊은 층에서 특히 정부와 사회의 역할을 요구하는 비중이 높다”며 “고령화사회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가족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65세 이상 노인은 총 717만명이다. 평균 기대수명은 82.7세다. 의학의 발달로 노인인구와 기대수명은 앞으로 계속 증가할 전망이어서 노인부양이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성공회대 사회복지학과 남일성 교수는 “기존에는 장남이 모시는 효에 기반한 문화였지만 한편으로는 잘 뜯어보면 전부 특정인이 희생하는 형태였다”며 “이런게 점차 지지를 받지 못하는 아이디어가 되고 있는데 사회적 인프라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렇게 되버리니까 독거노인, 고독사 문제가 터져나오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국과 비교하면 노인부양을 위한 인프라는 불충분하다”며 “앞으로 감당을 못할 정도로 노인인구가 많아질텐데 가족이 최대한 잘 돌볼 수 있게 돕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