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화상상봉이 2007년 이후 중단된 상태라서 전면적인 개보수가 필요합니다.”
3일 오전 서울 남산자락에 위치한 대한적십자사(한적) 서울사무소 별관 1층에 있는 남북 이산가족 화상상봉장은 실로 오랜만에 사람들의 손길로 분주했다.
이날 정부는 남북 이산가족 화상상봉을 준비하기 위해 국내 화상상봉장 13곳에 대한 전면 개·보수에 돌입했다. 오전 10시께 한적 서울사무소에 설치된 5개 화상상봉실 중 ‘묘향 산마루실’에서 개보수 작업이 시작됐다.
케이티(KT) 소속 인력 6명이 이산가족 상봉이 재개되기를 희망하는 메시지가 빼곡하게 적힌 현수막을 벽에서 떼어내고, 상봉장 안에 있는 원탁 테이블을 치웠다. 기존에 설치됐던 모니터와 영상 송수신 장비, 카메라 등도 분리해 밖으로 옮겼다.
화상상봉은 2005년 처음 시작해 2007년까지 2년 동안 총 7차례 진행됐다. 각종 장비들은 남과 북의 이산가족을 연결하기 위해 화상상봉장 한켠을 지켰지만 2007년 11월 7차 상봉을 끝으로 11년 넘게 작동을 멈췄다. 10년이면 강산이 바뀐다는데 그 사이 정보통신(IT) 기술은 놀라운 발전을 이뤘다. 묵은 설비들로는 북녘에 있는 그리운 가족들의 모습을 담아내기란 한계가 있었다.
정재은 대한적십자사 남북교류팀장은 “과거의 통신방식이나 네트워크 전송장비, 화상장비는 현재는 쓸 수 없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다 반영해서 전면적인 개보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전국 13곳의 화상상봉장이 새단장에 들어갔다. 9곳은 기존 화상상봉장을 이용하고, 제주, 광주, 대구, 춘천 등 4개 지사의 화상상봉장은 공간을 옮긴다.
80·90대 초고령이 된 이산가족들의 거동이 불편한 것을 고려해 2층이나 지하에 있는 상봉장은 1층으로 옮기기로 했다.
정재은 팀장은 “북측 지역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남측 지역에서 북한의 가족과 화상으로 대화할 수 있어 고령자들의 편의를 위해서 (화상)상봉정책을 도입했다”며 “그 취지를 살려 고령자 위주로 준비를 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남북은 지난해 9월 합의한 평양공동선언에서 이산가족 화상상봉과 영상편지 교환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정부는 화상상봉 추진에 앞서 지난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에서 화상상봉 관련 장비 반출을 위한 대북제재 적용 면제를 받았다. 이희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