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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 설계의 비밀

최중탁 미국 골프 티칭프로(USGTF)의 재미있는 골프이야기 53
골프는 자신과의 싸움 코스와의 전쟁이라고 하지만, 골프는 코스 설계자와의 대결이라고도 할 수 있다. 설계자는 공략비법을 숨기고 플레이어는 찾아내려는 보물찾기 숨바꼭질 게임이 골프다.

골프장의 페어웨이와 러프의 경계선은 코스를 따라 뱀처럼 휘어지고 굽이쳐서 멋데로 폭이 좁았다 넓었다 이해가 안 된다.
설계자는 나무 한 그루를 심거나 한 평의 꽃밭을 배치할 때도 반드시 목적이 있다.

코스 전체 레이아웃에서 조경은 단순한 아름다움을 주기 위함만은 아니다. 내장객들에게 아름다운 자연과 조경을 벗삼아 플레이하며 마음의 힐링까지 줄 수 있어야 한다.동시에 지형의 활용도를 높이고 코스관리의 효율성과 코스의 난이도 조절 목적도 있다.

골퍼 입장에서 샷 연습의 궁극적 목표는 ‘멀리’(Further), ‘정확히’(Accurate)  그리고 Two on, Two putt이다.
설계자의 목표는 골퍼들의 이런 기대에 맞춰서 설계를 하되 누구에게나 즐거움 성취감과 만족감을 극대화 시켜주는 것이다.

즉 공정 공평한 레이아웃을 원칙으로  장타자나 단타자 상하급자 모두에게 기회를 주려는 것이다.
따라서 오만무모한 골퍼나 장타의 잇점만을 누리려는 플레이어를 잡을 ‘올무’라고도 할 수 있는 벙커 해저드를 그들이 잘 가는 길목에 설치하여 둔다.

장타자의 IP 지점 페어웨이의 폭을 좁혀서 정확도가 없으면 통과하기 어렵게 압박하고 반대로 단타자의 IP 지점은 장애물을 없애서 마음 놓고 샷을 하도록 고려한다.

그리고 코스를 관리할 골프장의 입장에서 설계자가 먼저 고려하는 부분이 배수문제다. 잔디의 생육은 배수와 직접적 연관이 있다. 페어웨이나 그린에서 경사와 굴곡을 주는 제일 목적은 원활한 배수를 위해서며 다음으로 난이도 조절과 흥미유발이 목적이다.

가끔 목측으로는 그린의 경사분별이 안되거나 경사가 반대로 보이는 착시가 있다. 설계상으로는 산 쪽에서 아래로 물이 흐르도록 반드시 최소한 의 경사를 만든다. 이것이 소위 마운틴 브레이크이며 물이 흐르는 방향이 공이 흐르는 라이다.

대부분의 골퍼들은 일단 팅그라운드에 서면  ‘똑바로’ ‘장애물을 피해서’ ‘멀리’ 쳐야겠다는 생각 뿐이다. 설계자가 코스모양을 왜 저렇게 했을까 하는 의문을 품을 여유가 없어진다.

설계자의 의도를 안다면 당연히 더 잘 칠 수가 있고 스릴과 묘미를 더 느낄 수도 있다.
그래서 ‘생각하는 골프’ ‘머리로 치는 골프’를 강조하게 된다.

대개 그린 앞이나 옆에 사이드벙커를 배치하는데, 이 경우 대부분 그린 뒷쪽에 안정된 공간을 마련해 준다. 길게 보고 긴 채를 잡으라는 암시다.
그래야 미스샷에 대한 플랜 B를 가동하기가 쉽고 어프로치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위치가 확보된다. 즉 함정을 만들면 어디엔가 피해갈 안전지대를 반드시 마련해 준다는 뜻이다.

설계자는 자기 작품에 대해 ‘질러버려’ ‘넘겨버려’ ‘한방에 끝내버려’ 라며 코스를  얕보는 플레이어를 싫어해서 함정을 만들어 벌을 주려는 속성이 있다.

자기 혼을 담은 코스에 대해 쉽다는 말보다 어렵다는 말을 좋아하며 쉽기도하고 어렵기도하다는 평을 가장 좋아한다.그것이 설계자의 의도이기 때문이다.

캐디가 홀에 따라 슬라이스성 홀 훅성 홀, 보기보다 거리가 멀다 가깝다며 힌트를 준다.
홀의 전반적인 구조나 주변지형지물에 의해 착시현상을 일으키도록 트릭을 숨겨놓았기 때문이다. 장애물을 피하려는 플레이어의 심리를 이용  속칭 ‘부채살’ 구질을 유발하게 설계하는 홀도 많다. 즉 자신의 구질도 고려하여 안전한 방향과 랜딩지점을 설정하도록 하려는 설계자의 숨은 의도다.

산악지형인 우리나라는 나무 숲 능선 암벽 계곡 등으로 인해 공사비가 50 ~60% 정도 더 들지만, 단조로운 해안 링스타입이나 평지형 보다 변화무쌍하고 흥미와 스릴이 더 많은 내륙 산지형 파크랜드타입 코스설계가 많다.

가끔 사업주가 자신의 골프실력과 취향을 반영하도록 설계자에게 강요하는 독선행위도  있다. 자기 골프장에서 라운드 도중 벙커에 자주 빠지자 “왜 이렇게 벙커가 많아?” 한 마디에 그 다음 달부터 많은 벙커들이 사라지기도 한다.
공공 체력단련장 사업자로서 자격미달이다.

그냥 힐링골프 명랑골프를 치며 보기플레이로 만족한다는 것은 변명이고 거짓말이다.
비싼 돈 귀한 시간 내서 나왔는데 이왕이면 설계의도를 파악, 좋은 스코어도 낼 수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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