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내수·수출 포함 판매 전년比 49% 감소
파업으로 ‘닛산 로그’ 수출은 전년 동기 比 58%↓
부산공장 생산한다던 ‘XM3’도 스페인 넘어갈 판
노사 이번주 집중교섭… 인사경영권 합의 전환 쟁점
르노삼성자동차가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파업 여파로 인해 지난달 ‘실적 반토막’이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노사관계는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예정됐던 기존의 배정 물량도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협력사 곳곳에서는 비명 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차는 지난달 내수와 수출을 포함해 전체적으로 49% 줄어든 실적을 거뒀다. 내수 6540대와 수출 7256대로 전체 1만3797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내수·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16.2%·62.3% 감소했다.
특히 르노삼성차의 수출은 부산공장의 파업 등으로 심각한 수준에 다다랐다. 북미 수출용인 ‘닛산 로그’는 파업으로 인한 생산 손실과 북미시장의 수요 감소 등이 겹치며 5779대를 수출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8% 감소한 수치다.
이와 함께 ‘QM6(수출명 콜레오스)’ 역시 파업 여파와 이란 수출 제한 등의 요인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2.9% 줄어든 1477대가 수출됐다.
르노삼성차 노사는 지난해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제대로 봉합되지 않고 있는 임금단체협약(임단협)으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 노조는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약 210시간에 달하는 파업을 진행했으며 이로 인한 누적 손실금액은 약 2100억원으로 추산된다.
르노그룹 본사는 파업이 지속될 경우 부산공장에서의 신차 위탁생산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노조는 ‘전면파업 불사’를 외치며 현재까지 사측과 대립하고 있다.
부산공장에서 담당하던 ‘닛산 로그’의 위탁생산은 오는 9월 만료되지만 마땅히 준비된 후속대책은 없다. 당초 10만대 수준의 물량을 약속 받았지만 르노삼성차의 노사 갈등이 장기화 수순에 접어들자 일본 닛산은 이마저도 “6만대로 물량을 줄이겠다”고 통보했다.
부산공장이 지난해 생산한 21만5680대의 차량 중 절반인 10만7251대(49.7%)를 차지하는 로그 대체 물량이 사라질 경우 르노삼성차는 ‘인력 구조조정’등 더욱 열악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르노삼성차는 지난달 28일 ‘2019 서울모터쇼 프레스데이’에서 “신차 ‘XM3 인스파이어’ 양산 모델을 부산공장에서 생산하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이마저도 스페인 공장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제기됐다.
르노삼성차 노사는 이번달 들어 임단협 타결을 위한 집중 교섭에 들어갔다. 노조는 인사경영권의 합의 전환과 인력 채용, 시간당 생산대수(UPH) 저하 요구 등에 사측이 동의할 경우 기본급을 동결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지만, 사측은 해당 조건들을 수용하면 부산공장의 최대 장점 중 하나인 생산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선뜻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이번 집중 교섭은 지난달 본사가 제시했던 ‘데드라인’과 같은 개념이 아닌 만큼 날짜가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며 “인사경영권 부분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이 사측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물량 배정에 관해서 아직 본사에서 추가로 내려온 내용은 없다”며 “어떻게 될 지 여부는 협상장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올 지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르노삼성차 노사가 임단협으로 인한 갈등을 이어오면서 르노삼성차의 부산지역 협력업체들은 매출 감소, 생산활동 위축, 근무시간 단축 등의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르노삼성차의 비중이 높은 협력업체의 경우 사태가 더 악화될 시 공장을 정리하는 방안까지도 고려하고 있으며,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이 최대 40% 매출 감소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