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라 대한민국!- 12. 사법은 국가 최후의 보루
최중탁(본지 부사장/ CEO. (주)APO Korea)
악법도 법이라고 했다.
법이란 국민들의 뜻을 받들어 입법기관인 국회가 국민을 대리하여 제정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개정과 수정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시행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예상치 못한 문제점들이 있을 수 있지만, 잘못 만들어진 법이라도 일단 준수해야 하는 것이 국민의 의무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이념을 토대로 하는 실정법주의 법치국가다. 모든 권리는 국민으로부터 나오고 모든 통치행위나 권리행사도 법의 정한 바에 의해 행해져야 하는 입헌 민주주의 국가다.
국가통치를 위한 권력구조도 한 곳에 편중되어 있지 않고 입법, 사법, 행정, 3권이 대등한 위치에서 서로 견제하고 균형을 유지하는 권력구조로 서로 독립 되어있는 삼권 분립체제를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불행스럽게도 최근 들어 3대권력 중 가장 독립적이고 공명정대해야 할 헌법집행기관인 사법부의 본질을 훼손하려는 망국적 획책들이 드러나고 있다.
사법개혁이라는 미명하에 그들과 생각이 다르고 그들 뜻대로 판결을 해 주지 않는 법관들을 솎아내기 위해 노골적으로 사법부를 겁박하고 법관들의 신변까지 위협하는 사태가 계속 벌어지고 있다.
작년 11월 20일 집권당은 60여명의 현직 판사들의 실명까지 공개하고 ‘판사탄핵을 국회가 적극 검토해야 한다’며 사법행정권 남용사건 관련판사들의 법복을 벗기려고 시도했었다.
법관탄핵은 대상자의 명백한 법률위반 사실이 소명될 때 가능하다. 막연히 사법행정권 남용이라고 할 뿐 어느 것 하나 명확한 사실적 근거가 미약한 상황에서 어설픈 그물망을 던져 보려는 것이다. 합법을 가장한 사법부 길들이기요 일부 입법부 의원들의 사법부에 대한 쿠데타 기도라고도 할 수 있다.
법원내 진보성향 신주류 판사들을 부추겨 내분을 유도하고 여론을 몰아 전형적 인민재판식으로 ‘반동세력’ 곧 적폐대상 법관들을 제거하려는 전략이다.
속내가 훤히 들여다 보일 정도로 낯 뜨거운 사법부 지배야욕을 그대로 보여주는 행태다.
지난 1월 30일 문대통령의 복심 김경수 경남지사가 대선 당시 인터넷 댓글 조작을 지시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법정구속 되었다. 아직 2심 3심이 남아있는 상황인데도 집권당은 ‘사법개혁’ 이라는 중국 문화혁명식 굴레를 또 다시 꺼내 들었다.
그들의 입맛에 반하는 김경수 사건 담당판사 포함 법관들을 적폐대상으로 몰아내고 대신 같은 코드 좌파성향 법관들로 교체시키려고 집요하게 압박하고 나섰다.
이 나라가 적 치하에 있는 것 같은 느낌 마저 든다.
연이어 2월 9일 서울 광화문 KT 빌딩 앞에서는 사법농단세력규탄 국민연대가 주최한 집회가 열렸다.
김지사 지지자 400여 명이 몰려와 유죄판결로 구속된 김지사의 무죄를 주장하는 시위였다.
이 사건은 대부분의 국민들이 법원의 판결을 공감하고 있는 사안인데도 사건담당 성창호 판사를 향해 ‘대법원장의 개’ ‘재판이 아니라 개판’이라며 욕설과 폭언으로 사법부를 조롱하고 법원문장을 짓밟았다.
‘떼법’을 만능으로 여기며 성장한 이들은 헌법의 존엄성과 재판의 독립원칙을 부정하고 공명정대한 헌정질서를 파괴하려는 무법 주의자들이다.
환경부에서는 산하기관 임원들에게 법정임기가 남아 있는데도 사표를 종용하고 말을 들을 때까지 업무감사와 압박을 가하며 대선 당시의 논공행상 대상자들을 위한 임원자리 강탈을 시도했다.
소위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전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보다 더 노골적이고 적극적인 직권남용 업무방해 범죄행위다.
그러나 3월 25일 동부지방법원은 ‘인사수요 파악을 위한 사직의사 확인이었고 대통령의 임면권을 보좌하기 위한 관행이었다’며 소가 웃을 궤변으로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이 피의자의 변호인이 아닌지 무척 혼란스럽다.
처음 청와대측은 모르는 일이라고 발을 빼다가 청와대 관계자들도 수사대상이 되자 ‘적법한 체크리스트’ 라며 궁색한 변명을 하고 법원의 판단을 ‘지켜 보자’며 법원을 향해 간접적인 협박을 했다.
이처럼 사법부 스스로도 피의자의 성향과 코드에 따라 동종사건도 전혀 다른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상식적인 법이론에 반하고 재판의 공정성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할 수가 없다.
정부와 대등한 위치에서 법집행의 독립성을 지켜야 할 사법부가 스스로를 정권의 시녀로 추락시키는 우를 범하여 국민들이 공분을 사고 있다.
우리나라는 노조나 시민단체 등의 명백한 불법행위를 너무 쉽게 용인하는 이상한 나라가 되었다.
많은 법안들도 그들의 요구로 만들어 지고 있다. 목소리 크고 힘센 극히 일부 소수집단들이 조용한 다수 국민들에 우선해 법적권익을 분배받는 사회적 가치와 정의가 사라진 사회가 됐다.
규모가 큰 민노총 같은 단체들은 정치인들의 표의식을 볼모로 그들의 기득권 유지와 확장까지 보장하는 입법을 강요하고 있다.
입법부가 다수 국민을 대변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법 앞에 결코 평등하지 않은 나라에 사는 셈이다.
‘유전(有錢)무죄, 유권(有權)무죄’가 진정 이 나라의 헌법정신이란 말인가.
법원판결은 그 누구도 잘 잘못 시비를 걸 수 없는 판사의 고유권한이다. 같은 사건이라도 판사의 소신과 재량에 따라 다른 판결이 나올 수 있는 것은 수학공식이 아닌 이상 극히 자연스럽다.
판사마다 똑같이 판결이 나와야 한다면 재판은 필요 없어진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우리는 3심제도를 도입하여 다른 판사에게도 판결을 받아 보게하는 합리적인 사법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3권분립 제도하에서 정부나 입법부가 사법부를 개혁하겠다는 발상은 삼권분립 정신을 원칙적으로 부정하는 시각이다.
사법부 적폐대상자 리스트를 만든다는 것도 사법부를 그들 발아래의 통치도구로만 여기는 전제적 독재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다.
독립성을 사법부의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면 외부의 간섭없이 사법부 자체내의 정화운동을 통하여 스스로 환부를 도려내는 자가수술에 나서야 할 것이다.
집권층에 기대어 사법부 스스로 독립성을 포기하려 한다면 자유민주주의 법치국가인 우리나라는 벼랑끝 존립위기에 처하게 된다.
작년 11월 법관탄핵 문제로 긴급 소집 됐던 법관대표자회의에서는 이들 탄핵 주도세력을 향해, “당신들이 쥐고 휘두르는 칼자루가 언젠가는 칼날이 되어서 돌아올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고 한다. 언젠가는 되갚아 주겠다는 각오다.
국민주권의 보호자이자 헌법집행기관인 사법부의 독립성과 공평성이 정략적 개혁으로 훼손되면 국민들은 권력의 노예로 전락 될 수 밖에 없다.
사법부는 온 국민이 함께 지켜야 할 국가 최후의 보루다. 국민은 살아있고 권력은 영원하지 않다.
힘내라 대한민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