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들을 위한 할아버지 서당 - 한자 성어로 보는 24절기
청명(淸明)과 한식(寒食) - 만공(滿空) 배재수
지난 주 4월 5일은 청명(淸明), 4월6일은 한식(寒食)이었다.
청명은 24절기 중 다섯 번째로 춘분(春分)과 곡우(穀雨) 사이 양력 4월 5~ 6일 무렵이고 한식날 보다 하루 전 또는 같은 날에 겹치기도 한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를 보면 청명에 버드나무와 느릅나무를 비벼 새 불을 일으켜 임금에게 바치며 임금은 이 불을 정승과 판서를 비롯한 문무백관 그리고 360 고을의 수령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이를 사화(賜火)라고 한다.
고을 수령들은 한식날에 다시 이 불을 백성들에게 나누어 주는데,묵은 불을 끄고 새 불을 기다리는 동안 밥을 지을 수 없어 찬밥을 먹는다고 해서 ‘寒食’이라고 한다.
청명 무렵 농촌에서는 논과 밭을 갈거나 가래질을 시작하는 본격적인 농사철이었지만,지금은 온실재배 등 농업기술의 발달로 농사일정이 많이 앞당겨 졌다.미리 싹 틔어 키운 모종을 옮겨 심기 시작하는 철이 되었다.
이 절기에 이르면 초목들의 수분흡수 기능이 활발해져서 일제히 새싹과 잎들이 돋아난다. 그래서 ‘청명에는 부지깽이를 꼽아도 싹이 난다’는 속담도 있다.
4월 5일을 식목일로 정한 것도 이 때 심으면 묘목의 활착률이 높기 때문이다.
어릴 적 시골에서는 물이 오른 버드나무 가지를 잘라서 비틀고 속줄기를 통째로 빼내면 통껍질로 버들피리를 만들 수 있었다.
청명이나 한식날에 날씨가 좋으면 그 해 농사가 잘 되고 바닷가에서는 어종이 많아져서 어획량이 풍부해 진다고 믿었다.그래서 날씨가 청명하기를 기대하는데 경남 사천 지방에서는 그 반대로 믿기도 한다. 어떤 지방에서는 청명에 나무를 심기도 한다. 자녀들이 혼인할 때 농을 만들어 줄 재목으로 쓰기 위함이다.
제주도를 비롯한 다른 지방에서도 청명이나 한식에는 지상에 있는 신(神)들이 다 하늘로 올라간 날로, 피해를 주는 훼방꾼 악귀들이 없다는 ‘손(損)없는 날’로 믿는다.
따라서 특별히 택일을 안 하고도 성묘를 하고 산소정비 비석 세우기나 집 고치기 등 아무 일이나 해도 좋다고 한다. 농촌 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다 바쁜 절기인 것 같다.
출전(出典)은 중국시(詩) '절기가'(節期歌) 중 청명곡우를 노래하는 시구절이다.
만공(滿空) 배재수(裵載洙 1953~, 사진) 서예가는 경남 하동에서 다원(茶園)을 경영하며 전통차(茶)개발에 힘쓰고 있다. 본지의 객원기자로도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