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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수 증여’' 늘어나나… 서울 전년비 25.2%↑

지난해 서울주택 증여 11만1863건… ‘집 파느니 증여’ 최정호 국토부 후보자같은 증여방법 알려달라 문의 쇄도 다주택자, 최고 62% 양도세·보유세 부담에 ‘증여’ 선택
서울 아파트값이 13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2월 첫째주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 1일 현재 서울의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08% 떨어졌다. 전셋값은 전국적으로 0.08% 떨어졌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0.18% 하락해 전국 광역시·도 가운데 하락 폭이 가장 컸다. 10일 서울 시내 아파트.
“양도세를 내느니 최정호 국토부 장관 후보자처럼 자녀한테 증여하는 방법을 택한 다주택자들의 문의가 늘었어요.”
지난 4일 오후 취재진이 찾아가 서울 마포구 대형 아파트단지 입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가 상담 내역을 보여주며 “양도세 부담으로 매매 대신 증여를 택한 다주택자들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임대사업자 혜택이 축소되고 양도세 중과, 공시가격 인상 등으로 매매 대신 증여로 돌아선 집주인들의 문의가 꾸준하다”며 “무엇보다 서울 집값은 또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여전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정부의 9.13부동산 대책과 대출규제 등 부동산투기 억제 정책 기조가 올해 공시가격 현실화와 맞물리면서 정부와 다주택자간 힘겨루기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얼어붙은 부동산시장에 관망세가 더욱 짙어진 가운데 장관 지명 직전 아파트를 딸과 사위에게 증여한 최정호 후보자처럼 '꼼수 증여'를 선택한 고가·다주택자들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다주택자에 대한 혜택은 축소하고, 세(稅) 부담을 늘려 주택시장에 매물이 많아지는 효과를 기대한 정부의 정책 방향과 다른 양상이다.  
다주택자가 보유한 매물이 시장에 나오면 주택시장의 무게중심이 집값 하락과 안정화에 더 실릴 수 있지만 정부의 예상만큼 집값이 하락하지 않고, 매물 증가세 역시 뚜렷하지 않다. 일각에선 모든 정책 수단을 다 동원해서라도 주택시장을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하겠다는 정부의 정책 의지를 무색케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9·13 대책이 효과가 본격 나타나는 지난해 11월부터 서울 아파트값이 하락세로 전환했는데도 증여는 되레 급증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증여건수는 11만1863건으로 전년 8만9312건 대비 25.2% 증가했다. 이 중 서울의 주택 증여건수는 2만4765건으로 전체의 22.1%에 달했다.

특히 고가 아파트가 몰려 있는 강남3구(강남구 2782건·서초구 2212건·송파구1962건)의 증여가 눈에 띈다. 
다주택자들은 최고 62%에 이르는 양도세를 내느니 증여를 통해 보유세를 줄이는 선택을 많이 한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 집값이 다시 오를 여지가 있고, 양도세보다 보유세를 줄이는 게 더 낫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세 부담 상한이 2주택자는 최대 200%, 3주택자는 최대 300%까지 오른 것도 작용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세무사는 “서울의 고가 주택 2채 이상 가진 다주택자라면 증여가 사실상 유일한 절세 방법”이라며 “절세와 꼼수 논란이 있지만 다주택자 입장에서는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가구가 아닌 개인별로 과세하는 종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시가격이 12억원인 주택을 부부 공동명의로 전환하면 50%씩 지분이 나눠져 각각 6억원만큼의 주택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종부세 과세 기준인 6억원을 넘지 않기 때문에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정부는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과 표준지 공시지가에 이어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 공개로 ‘공시가격 현실화’에 방점을 찍었지만,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주택을 당장 매물로 내놓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서초구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해 4월부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로 양도세율을 최고 62%로 높아지는 등 양도세 부담으로 매물을 내놓기가 쉽지 않다”며 “4월 말까지 증여를 서두르면 지난해 공시가격 기준으로 증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의가 늘었다”고 전했다. 다주택자들이 양도세를 내면서 집을 파는 것보다 증여를 통해 절세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보유세와 거래세를 줄이기 위한 증여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김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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