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들어 건조한 날씨 속에 강원 고성·속초·강릉지역과 부산 해운대구·기장군, 충남 아산 설화산, 경북 포항시 남구 등에서 발생한 산불이 전국을 강타했다.
이에 따라 행정안전부 등 관계당국은 지난 4일 발생한 강원 산불과 관련해 5일 오전 산불 피해지역에 국가재난사태를 선포했다. 또 피해 규모를 정확히 파악한 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는 것도 적극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인제, 고성군 등 지역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하자 이날 오전 0시 20분께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에서 긴급회의를 주재, 총력대응할 것을 총리실, 행안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부처에 지시했다.
5일 행정안전부 중앙재해대책본부, 산림청, 강원도 동해안산불방지센터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발생한 고성·속초·강릉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로 산림 250㏊(250만㎡)와 주택 125가구가 불에 타고, 1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또 주택 125동과 창고 및 비닐하우스 11동 등이 소실됐다.
산림청은 이날 오전 10시 현재 고성 산불이 발생한 지 13시간만에 주불을 잡고 소방헬기와 인력을 투입해 잔불 정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전날 오후 화재가 발생하자 강원 고성·속초경찰서 소속 경찰관 967명, 강원지방경찰청 소속 경비부대 3개 중대 165명 등 1130명을 비상 동원해 주민 보호와 교통통제 등을 하고 있다.
교육당국은 속초·고성·강릉·동해지역에 있는 52개 초중고교에 휴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속초시는 전체 학교 25개교가, 고성은 화재지점과 거리가 있는 대진중·고교와 거진 중·고교(정보고)를 제외한 모든 학교가 휴업에 들어갔다. 강릉은 이날 오전 1시40분쯤 불길이 옥계중학교 교사동 주변으로 확산하면서 옥계중학교와 옥계초등학교에도 휴업령이 내려졌다.
이 처럼 하룻밤 사이에 서울 여의도에 맞먹는 규모의 산림과 건물, 주택, 생명까지 앗아간 고성·속초 지역 등의 산불의 피해의 처참한 모습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속초지역의 한 주민은 "이번 산불로 올해 농사지을 볍씨를 보관하고 있던 비닐하우스가 불에 타 없어져 어떻게 벼농사를 지을 지 한숨만 나온다"고 망연자실했다.
또 다른 고성 산불 피해 주민은 “이번 산불로 올해 농사를 망친 집이 적잖다”며 “정부가 산불을 자연재해로만 규정하는 것은 문제인만큼 산림이 많은 강원도 등에 대한 근본적인 화재 예방대책이 필요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편 산림 20㏊를 태우고 18시간 만에 진화된 부산 해운대구 운봉산 산불현장 곳곳에서 불씨가 되살아나 소방당국 등이 총력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부산소방재난본부와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 22분께 해운대구 운송중학교 뒷편을 시작으로 반송동 백운사 뒤, 기장군 고촌면 시내버스 차고지 뒤, 실로암 인근 등 운봉산 산불 현장 곳곳에서 3번째 재발화가 발생했다. 이번 재발화로 농막 2채가 소실됐고, 시내버스 40대가 이동조치됐다. 또 인근 주민 등 22명이 긴급 대피했다.
앞서 지난 3일 임야 3㏊를 태우고 꺼진 포항 운제산에서 불씨가 재발했지만 소방당국이 진화를 완료하고 만약에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경북 포항남부소방서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4시 17분께 남구 대송면 대각리 운제산 정상 부근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접수, 소방인력 20여 명과 소방차 7대를 현장에 투입해 이날 오후 8시 58분께 진화를 완료했다.
이 밖에 4일 충남 아산 설화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잔불 정리 과정에서 밤늦게 다시 불길이 일어 소방당국 등이 5일 일출과 동시에 헬기 4대 등을 투입해 진화작업을 펼치고 있다. 아산시와 아산소방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부터 진화 헬기 4대와 소방 공무원 등 700여 명을 동원해 진화 작업을 시작했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환경공학과 한 교수는 “한반도가 기후 온난화로 생태계가 바뀐 지 오래됐지만 산불이나 지진 등 자연재해에 대처하는 방식은 여전히 크게 변한 것이 없다”며 “기후 온난화에 따른 근본적·항구적인 대책이 시급히 수립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한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