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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2년 전 사리 그릇, 국보된다

문화재청, 부여 왕흥사지 사리기 국보로 지정 예고
문화재청, 부여 왕흥사지 사리기 국보로 지정 예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사리 공예품인 부여 왕흥사지 사리기가 국보가 된다. 
문화재청은 577년 제작된 보물 제1767호 ‘부여 왕흥사지 사리기 일괄’을 ‘부여 왕흥사지 출토 사리기(扶餘 王興寺址 出土 舍利器)’로 이름을 바꿔 국보로 지정 예고했다. 
부여 왕흥사지 출토 사리기는 2007년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가 백제 왕실 사찰인 왕흥사터의 목탑지에서 발굴한 유물이다.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알려진 사리기 중 가장 오래됐다.

출토 당시 금당인 대웅전 앞 목탑지에 사리를 넣은 네모난 구멍 사리공에서 진흙 속에 잠긴 채 발견됐다. 이후 보존처리를 통해 지금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부처나 승려의 수행 결과로 몸속에 생겼다는 구슬 모양 유골인 사리를 보관한 사리기는 겉에서부터 순서대로 청동제사리합-은제사리호-금제사리병 순으로 구성된 용기다. 청동제사리합 겉면에 새겨진 명문(銘文)을 통해 577년에 만들어진 사실이 확인됐다. 

명문에 의하면 이 사리기는 백제 위덕왕이 죽은 왕자의 명복을 빌고자 발원한 왕실 공예품이다. 제작 시기가 명확한 사리기로서, 연대가 가장 빨라 우리나라 사리기의 선구적 위치에 있다는 점이 큰 의의로 꼽힌다.  

공예적 측면에서도 안정되고 세련된 형태, 세부 구조물을 주조하고 접합한 기법, 표면을 깎고 다듬는 기법에서 수준 높은 완성도를 보여줘 백제 장인의 숙련된 솜씨가 엿보인다. 

특히, 단순하고 단아한 모습과 보주형(寶珠形) 꼭지, 그 주위를 장식한 연꽃문양은 525년 조성된 ‘공주 무령왕릉 출토 은제탁잔(公州 武寧王陵 出土 銀製托盞)’과 639년 제작된 보물 제1991호 ‘익산 미륵사지 서탑 출토 사리장엄구(益山 彌勒寺址 西塔 出土 舍利莊嚴具)’를 조형적으로 연결한 도상(圖像)으로서 의의가 있다. 

6세기 전반 사리공예품의 대표작으로 평가받는 ‘부여 왕흥사지 출토 사리기’는 백제 왕실 공예품이라는 역사적, 예술적 가치와 현존하는 가장 이른 시기의 절대 연대를 가진 작품이라는 희소성, 뛰어난 작품성으로 우리나라 공예와 조형 예술사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높아 국보로 지정할 가치가 있다.

문화재청은 또 조선시대 불화 2점과 문집 1점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구미 대둔사 삼장보살도(龜尾 大芚寺 三藏菩薩圖)’는 1740년 영산회상도, 제석도, 현왕도, 아미타불도와 함께 조성되어 대둔사에 봉안된 작품이다. 이 중 삼장보살도만 유일하게 전해오고 있다.

이 불화는 세로 238㎝, 가로 279㎝의 대규모 화면에 천장보살, 지지보살, 지장보살 등 세 보살의 모임을 묘사한 그림이다. 월륜, 치흠, 우평 등 18세기 경상북도를 중심으로 활동한 화승들이 제작에 참여했다. 천장보살을 중심으로 높은 수미단 위에 앉은 세 보살과 인물들을 질서 정연하면서도 짜임새 있게 배치한 것으로 보아 이들 화승의 수준 높은 기량을 가늠할 수 있다. 

‘김천 직지사 괘불도(金泉 直指寺 掛佛圖)’는 1803년 제작된 괘불로, 현재까지 알려진 19세기 괘불 중 시기가 가장 빠르고 규모도 가장 크다.
문화재청은 국보로 승격 예고한 ‘부여 왕흥사지 출토 사리기’와 보물로 지정 예고한 ‘구미 대둔사 삼장보살도’ 등 총 4건에 대해 30일간의 예고 기간 동안 각계 의견을 수렴·검토하고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할 예정이다.      전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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