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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름다운 파3 홀

최중탁 미국 골프 티칭프로(USGTF)의 재미있는 골프이야기 52
미국 플로리다 소우그레스(Sawgrass)CC 17번 파3 홀(137 Yds).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파3 홀.
2018년 현재 우리나라의 골프장 수는 550 여 곳이나 되어 골프인구에 비해 골프장의 공급이 과잉수준이라고 한다.
R&A(영국 왕립 골프협회)가 2015년 기준 골프장 수를 조사한 바에 의하면 세계 206개 국에 총 34,011 곳이고 미국이 15,372 곳으로 45%를 차지한다.

골프장들은 그들의 홀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홀을 선정하여 시그네쳐(Signature)홀(가장 아름다운 그 골프장의 상징 홀 )로 삼는데 대개 조경이 잘 된 파3 홀을 내세운다.
그렇다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파3 홀은 과연 어느 곳인지 궁금해진다. 골프코스 설계의 거장 피트 다이의 설계로 1980년 조성된 미국 플로리다 습지대의 TPC 소우그래스(Sawgrass) CC, Players Stadium 코스 17번 파3(137 yds) 아일랜드 홀이 가장 높은 평점을 받고 있다.

그야말로 연못 가운데 핀 커다란 한 송이 수련꽃 같고 천사들이 내려와 수영하다 쉬는 정원처럼 아름다운 홀이다. 가히 전세계 모든 골프코스의 시그네쳐 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 곳 17번 홀이 모든 골퍼들에게도 아름답게 보일까.  아니다.
플레이어들에게는 이 홀이 맹수의 발톱같고 해저드 귀신들이 우글거리는 악마의 홀로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팅그라운드에 올라 서는 순간 뭔가에 홀린듯 집중력을 잃는다고 한다.

아름다운 그린주변 연못은 볼을 먹고사는 악마가 입을 벌리고 있는 형상으로 보이고 호시탐탐 샷 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고도 한다.
손바닥처럼 작게 보이는 그린의 크기, 유리바닥 같이 빠른 그린 스피드로 볼이 멈출 줄 모르고 흘러서 물 속으로 사라진다.
강한 백스핀을 걸어 정확한 위치에 착지 시키지 않으면 굶주린 해저드 귀신들이 서슴없이 공을 빨아들인다. 설계자 피트 다이는 많은 PGA 선수들에게 악마의 사자로 보일 뿐이다.

티샷 전 그 아름다운 조경마술에 매료 되지만 치는 순간 자기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고, 홀 아웃 하고 나올 때 표정들은 대부분 일그러져 있다.
많은 선수들에게 홀당 최악의 타수기록을 안겨 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정확도가 떨어지는 장타자들에게는 무덤이다. 이 홀에서는 연간 12만 개의 볼을 헤저드가 먹어 치운다고 한다.
대회 때마다 선수들이 총40~60여개의 볼을 연못에 고시레 하고 대회 4일동안 보통 100여개의 볼을 헤저드 귀신들이 빨아 들인다고 한다.

이 홀에 대해 네티즌들의 약 50%가 보는 즐거움이 최고인 홀, 즉 50%는 실제 공을 치기는 겁나고 구경만 하겠다는 통계다.
캐디들은 내장객에게 “소우그래스17번 홀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고 인사를 할 정도다. 내장객들은 주로 공을 치러 오기 보다 이 아름다운 홀 구경을 위해서 온다는 뜻이다.

플로리다의 PGA 본부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전용으로 이 늪지대에 고난이도 골프장을 만들기 위해 피트 다이를 초청하여 설계에 맡긴 것이 이 골프장의 탄생배경이다.
피트 다이는 이 늪지대에 수만 톤의 모래를 싣고 와 매립하여 골프장 지반을 조성했다.

그러나 개장후 처음 개최된 경기에서 선수들이 혹평을 쏟아냈다. 잭 니클라우스는 “나는 원래 5번 아이언으로 자동차 본넷 위에 볼을 잘 세우지 못한다”고 비꼬았다.
이에 대해 2006년에는 대대적 리모델링을 감행하여 난이도를 조절했다 .

그러나 관중들의 심리는 아마추어 플레이어들의 멋진 샷에 박수치고 프로들의 실수는 즐기려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여전히 17번 Par3 홀은 난이도를 유지하여 바로 옆에 배치한 관람석 갤러리들에게는 쾌감을 제공하고 있다.

최경주 선수는 2011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13언더파로 데이비드 톰스와 공동선두로 연장전 끝에 이 악마의 홀에서 절묘한 퍼팅으로 정상에 올라 남다른 의미를 남겼다.

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파3 홀은 전남 해남군 해안에 위치한 파인비치 골프링크스 비치코스 6번홀(235 yds)이 2017년에 선정되었다.
이곳도 플레이어들에게는 악마의 홀로 바뀔 수도있다. 바다를 가로질러 235야드 티샷을 해야 온그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바람까지 부는 날이면 드라이버로도 그린에 도달하기가 어려운 난공불락의 아름다운 요새다.
누구나 이 홀에 들어서면 그 아름다움에 사진부터 찍느라 티샷이 늦어 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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