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가 향후 30년간 세계적으로 이례적인 수준으로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측되면서 정년제 폐지 등 고령 인구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일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18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간한 KDI정책포럼 제273호를 보면 우리나라의 고령인구부양비(65세 이상 인구/15~64세 생산가능인구)는 1980년 약 10% 미만 수준에서 최근 20%로 올랐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중위 가정)’에 따르면 2050년에는 고령인구부양비가 약 73%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약 20%포인트(p) 높은 수준이다.
이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고령화가 선진국에 비해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생산가능인구보단 고령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이는 방향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생산가능인구의 절대 규모가 낮아 이들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아져도 총량 수준의 노동 공급은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는 분석에서다. 실제 우리나라 경제활동참가율이 G7국가 평균 수준에 도달하는 경우를 가정해보면 2031~2040년과 2041~2050년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각각 0.9%, 0.6%로 전망된다. 이는 고용 수준이 2017년 한국 수준에서 고정될 경우보다 모두 0.4%p씩 낮은 수준이다.
결국 출산율 제고 정책이나 여성·청년의 대체노동력 공급을 늘리는 등의 정책은 현재 진행 중인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전형적인 고령화 대응책 중 하나로 거론되는 출산율 정책의 경우 장래 출생한 아이들이 충분한 인적자본을 갖춘 핵심 근로계층에 도달하기까지 대략 30년이 소요된다는 점에 현재의 급박한 고령화 상황에 대응하기에는 적절치 않다고 이 연구위원은 분석했다. 그러면서 65세 이상 고령층이 경제활동에 적극적으로 참가하면 장기적인 성장 추세를 개선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주장했다.
이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고령자 노동시장이 양적 측면에서 상당히 높은 고용률을 유지하고 있으나 질적 측면에서는 열악하다고 봤다. 상당수가 빈곤에 몰려 생계형 노동에 종사하거나 저부가가치 부문에서 불안정한 고용 형태의 일자리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령 노동시장의 공급자들의 학력 수준이 대부분 중등 교육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점도 노동 환경을 열악하게 하는 주된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정년제를 폐지하거나 근로 능력과 의사에 따라 은퇴 여부를 결정하는 유연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정한 나이를 고령의 기준으로 삼아 노동시장에서 퇴출하는 정년 제도는 더 이상 사회경제적 발전에 유효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낡은 제도라는 지적이다. 이 연구위원은 “추가적인 근로 여력이 있는 고학력 고령 근로자의 노동 시장 참여 기회를 배제하는 것은 비효율적인 인력 활용 방식”이라고 봤다.
또 고령자를 단순한 부양 대상이나 잉여인구로 보는 기존의 인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생애 단계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건강 상태가 개선되고 기대수명이 연장되는 긍정적 요인을 활용해 고령층이 사회·경제적으로 생산적 기여를 지속할 수 있는 역할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교육 체계는 기대수명이 80세인 현재의 여건에 맞게 변모해야 한다”며 “중·장년 이후 경력 전환을 시도하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직업훈련체계와 평생교육체계를 결합해 새로운 평생 교육·훈련 모델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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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날 : [2019-04-23 13:46: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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