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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와 거북이의 골프시합 누가 이길까

최중탁 미국 골프 티칭프로(USGTF)의 재미있는 골프이야기 53
운동과 경기는 엄밀히 말하면 서로 다르다. 운동은 승패없이 즐기기만 해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고 만족에 이르지만, 경기나 시합은 종료 후 판정이나 얻은 점수로 승자와 패자 1등과 꼴찌가 가려진다.
기뻐하는 자와 애통해 하는 자로 극명하게 나눠진다.

골프도 경기인 이상 이겨야 하고 이기는 데는 힘도 필요하지만 작전과 전략이 있다면 이기기가 더 쉬워진다.

특히 골프는 18홀 즉 18세트로 나누어서 5시간 동안이나 계속되는 구기종목이며 체력(Physical)과 지구력, 집중력(Mental)과 기량(Technic) 삼위일체가 총동원 되는 종합경기라고 할 수 있다.

18번의 경기가 모여 한 라운드가 되므로 각 세트별 전략과 경기전체의 전략도 생각해 내야 한다. 그래서 ‘생각하는 골프’ ‘전략이 있는 골프’를 강조하고 있다.
정확성이 없는 장타나 힘으로만 치는 골프는 단타지만 전략과 전술을 앞세우는 골프를 당할 수 없다. 명중률이 떨어지는 장거리 대포는 기관총만도 못한 것과 같다.

그런데 골프코스는 골프장마다 제원이 똑같지는 않다. 한 라운드 18홀 코스내의 각각의 홀도 다 다르다. 설계자들마다 자기 철학과 독특한 개성 그리고 혼을 담아서 만든 작품이 손쉽게 정복 당하는 것을 좋아할 리가 없다.

그래서 골프는 ‘코스와의 전쟁’ ‘설계자와의 대결’ ‘머리싸움’이라고도 하며 우선 그 코스를 잘 알고 있어야 정복이 쉬워진다.
오솔길 같은 좁은 페어웨이, 수직 항아리 벙커, 아일랜드 그린 등, 해저드와 벙커를 최대한 활용하여 난이도를 높이는 피트 다이가 설계한 코스는 장타 보다 방향이 정교한 샷을 요구한다. 

잭 니콜라스 설계작품은 국내에 송도 CC 외 5개 코스가 있으며 클라식하고 공략하기가 몹시 까다롭고 트릭키(tricky)하다(교묘하다).
LPGA 애니카 소렌스탐이 설계한 충남 태안 골든베이 CC는 그녀의 플레이 스타일처럼 호쾌한 장타와 섬세한 아이언샷과 퍼팅을 구사해야 정복이 가능하다.

국내의 대표적 골프 설계가 송호(62, 송호 골프디자인 )는 ‘자연과 함께 만드는 것’이 골프장이라며 지형과 경사를 살려서 장애물겸 조경으로 활용한다. 지형지물을 역이용하는 전략과 샷의 테크닉이 필요하다.

골프코스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는 스코아카드에 공개 되어 있어서 18홀 전체와 개별 홀 작전계획 수립의 기초자료가 된다. 기타 그린상태와 빠르기 페어웨이 상태나 각 홀의 특별한 상황은 캐디로부터 알아볼 수도 있다.
설계자는 9홀 단위로 홀마다 난이도 순번을 붙여 놓았다.

쉬운 홀은 파를 목표로 하고 난이도가 높은 홀은 욕심을 버리고 보기를 목표로 플레이를 하라는 암시다. 힘을 집중해야 하는 홀 마음을 비워야 할 홀을 구분하라는 무언의 충고다.
이처럼 설계자는 철저하게 양면성을 품고 설계를 한다. 

페널티 함정을 만들어 어떡하면 골탕을 먹일까, 또는 과감한 도전을 유도하여 어떻게 하면 어깨가 으쓱하도록 기를 살려 줄까의 두 모습이다. 또한 18개 홀을 난이도별 3단계로 구분하여 6개홀씩 초급자 중급자 상급자 수준으로 설계한다. 난이도가 낮다고 무모한 도전을 하면 반드시 페널티를 먹게 만든다.

따라서 시작 전 스코어카드를 펼쳐놓고 전체 홀에 대한 전략을 구상한 후 티업하라.
골프장마다 그 코스의 난이도를 알려 주는 코스 레이팅(rating)이라는 기준이 있는데 대부분 스코어 카드에 66~77 숫자로 표시되어 있다.
이 수치는 핸디가 0(72 타)인 골퍼를 기준으로 하며, 코스 레이팅이 74.5라면 그 골퍼는 거기서 평균 74.5타를 칠 정도로 어려운 코스이고, 68이면 평균 68타를 쳐서 쉬운 코스라는 뜻이다.

바둑과 장기는 수 십 수(手) 앞을 계산하고 착수(着手)하지만 골프는 앞의 한 두수 정도만 예상하고 치면 된다. 무조건 드라이버로 멀리만 보낸다고 좋은 수가 아니다.
다음 샷에 가장 좋은 지점, 가장 자신 있고 잘 맞는 채를 쓸수 있는 잔여거리를 남길 지점이 샷의 목표다. 

첫퍼팅 실패할 경우에 대비 두 번째 퍼팅이 쉬워질 지점으로 공을 보내야 한다.
샷하기 전 공의 랜딩지점의 경사 등 지형구조를 당연히 알고 있어야 바운스를 이용할 수 있다.
골프에서는 꽤많은 토끼가 앞만 보고 달리는 우직한 거북이를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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