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시대가 열리고 있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는 지난 5일 삼성전자의 ‘갤럭시 S10 5 5G’ 스마트폰을 동시에 개통하며 세계 첫 5G 상용화에 나선다. 지난해 12월1일 일부 기업을 대상으로 5G 네트워크를 제공한 데 이어 넉 달 만에 소비자들도 말로만 듣던 5G를 체감할 순간이 다가왔다.
하지만 5G폰 구매 전 반드시 알아야 할 사항이 있다. 5G 특화 서비스가 부족한 데다 5G 서비스 구축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단말기 가격도 최소 119만원 이상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단위당 데이터 요금은 30% 가량 저렴해졌지만 데이터 사용량 증가에 따라 실질적으로 내야 하는 요금은 LTE 주력 요금제보다 2만원 가량 비쌀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충분한데 5G는 얼마나 빠른가
이론적으로 5G 네트워크에서는 데이터 전송 속도가 LTE보다 최대 20배 빠르고, 데이터 전송 양도 100배 많아졌다. 예컨대 2GB 영화 한 편을 다운받는데 4G(LTE)에서는 16초가 걸리지만 5G에서는 0.8초면 끝난다. 하지만 초기에는 20Gbps에 미치지 않는다. 실제 목표 속도와는 8~15배 정도 차이가 난다.
5G폰을 사면 다운로드나 업로드 속도가 다소 빨라질 수 있지만 인터넷 검색이나 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를 이용할 때는 체감이 어려운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인 5G 스마트폰 사용 환경에서는 4G와 비교해 체감상 큰 변화가 없을 수 있다”고 밝혔다.
5G폰만 사면 전국 어디서나 터지나
5G폰을 구매해도 당장 5G가 터지는 곳은 지역은 수도권과 광역시 등 일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KT는 3만개에서 출발해 올해 말까지 9대 광역시와 85개 시를 대부분 커버하고, 인구 트래픽의 80%를 수용할 것 계획이라고 밝혔다. LG유플러스는 상반기에 5만개 설치 계획을, SK텔레콤은 전국 85시도에서 최대 커버리지를 확보했다고 했다.
다만 이통사들은 5G 기지국 구축 진행률이 LTE와 비교했을 때 어느 수준인지 밝히지 않고 있다. 5G 기지국을 벗어나면 5G가 아닌 LTE로 데이터 전송이 이뤄진다. 사실상 5G폰을 갖고도 4G네트워크를 써야 하는 상황에 처하는 셈이다.
특히 5G가 사용하는 28GHZ 대역이 초고주파로 직진성이 강해 장해물을 넘지 못한다. 이로 인해 5G 국은 4G보다 촘촘하게 기지국을 설치해야 한다. LTE도 진정한 ‘4G 속도’를 구현하는데 6년 가량이 소요됐다. 4G와 같은 망 구성을 위해서는 100만대 이상이 필요해 5년 이상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통사 관계자는 “5G 기지국 구축 초기에는 지방 소도시나 도서·산간 등까지 네트워크를 깔기 어려울 것”이라며 “5G 흥행 여부에 따라 통신사의 기지국 구축 속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5G 이용 요금 얼마나 내야할까
이통 3사는 일제히 5G 최저 요금제로 5만5000원에 데이터 8GB~9GB를 제공하고, 데이터 소진 후에는 1Mbps 속도 제한이 있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하지만 KT가 8만원대부터 5G 데이터를 속도 제어 없이 완전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요금제를 공개하며 초강수를 뒀다. 여기에 전세계 185개국에서 로밍 데이터 무제한 혜택까지 더했다.
반면 LG유플러스의 월 7만5000원(150GB), 9만5000원(250GB) 요금제는 데이터 소진 후 속도 제한이 있다. SK텔레콤 역시 속도 제한이 있는 7만5000원(150GB), 12만5000원(300GB)를 제공하는 요금제를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단위 데이터 요금은 LTE보다 30% 가량 저렴해졌으나 대용량 데이터를 이용하는 5G 특성상 저가요금제에서 제공하는 8~9GB로는 5G 서비스를 충분히 누릴 수 없다. 이에 이통사는 소비자들이 150GB를 제공하는 7만원대를 선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각종 혜택도 고가 요금제에 몰려 있다.
이통 3사가 정부와 여론의 눈치에 밀려 5만원대 요금을 내놨지만 사실상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없는 ‘허울 뿐인 저가요금제’라는 점에서 비판이 나온다. 시민단체들은 LTE 주력 요금제가 4만6000원 수준인 것과 비교할 때 실질적으로 소비자들이 느끼는 5G시대 가계 통신비는 2만원 가량 올라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5G폰 사용자들만 누릴 수 있는 서비스는 현재 이통사들은 5G 특화 콘텐츠로 초고화질 영상,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콘텐츠 등을 내세웠다.
일단 SK텔레콤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내에 ‘5GX관’을 통해 ▲현장에 있는 듯한 ‘고화질 360도 영상’ ▲친구들과 함께 경험하는 ‘소셜 VR’ ▲대형 화면으로 실감나게 보는 ‘3D 스크린 영상’ 등 새로운 미디어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다.
5G폰은 누가 사야 하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LTE 스마트폰 가입자의 1인당 월 평균 트래픽은 8.1GB인 반면 고용량 사용자들의 트래픽은 40BGB에 달한다. LTE에서 8만원대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쓰는 것보다 7만원대 ,150GB가 훨씬 저렴하다.
인터넷과 동영상 시청 정도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소비자라면 마케팅에 현혹되기보다는 5G 서비스와 기지국 구축 상황을 보며 구매 시기를 미루는 것도 방법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올해 5G 스마트폰 생산량은 500만대, 보급률은 0.4%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하며 “2022년까지는 5G 인프라가 완성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