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공동수상까지 과학분야 22명
한국연구재단 보고서, ‘노벨 과학상 콤플렉스’ 심각해
기초과학 연구 20여 년 불과, 시스템 정착·인재양성 필요
일본 대 대한민국‘22:0’.
축구나 야구 스코어가 아니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노벨상 수상자, 특히 과학분야 수상자 숫자다.
혼조 다스쿠(本庶佑·76) 교토대 특별교수가 지난 1일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공동수상자로 결정됐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꼽히는 노벨상은 ‘인류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에게 재산을 상금으로 준다’는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을 토대로 제정됐으며 1901년 수여가 시작됐다.
이후 작년까지 117년간 생리의학·물리·화학 등 과학 분야에서만 599명의 수상자가 나왔다. 생리의학상 수상자가 214명으로 가장 많고 물리학상 수상자가 207명, 화학상 수상자가 178명이다.
과학 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국가는 미국으로 3개 분야에서 총 263명의 수상자를 냈다. 이어 영국이 87명, 독일이 70명, 프랑스가 33명, 일본이 22명의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일본의 첫 노벨상 수상은 무려 1949년이다. 교토대학교 물리학 교수 유카와 히데키였다. 이후 올해까지 일본은 문학과 평화상 분야를 제외하고 과학 분야에서 22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일본의 과학분야 수상을 세부적으로 보면 물리학상 9명, 화학상 7명, 생리의학상 5명 등이다.
우리나라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화상을 수상했을 뿐 과학 분야에서는 아직 수상자가 없다.
특히 스포츠를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일본에게는 절대 지고싶어 하지 않는 우리나라의 국민들로서는 참담한 상황이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많다.
한국연구재단은 지난달 30일 ‘노벨과학상 종합분석 보고서’를 내고 “한국의 노벨과학상 콤플렉스는 한국 과학기술 수준에 대한 한국 사회 내부의 자신감의 부재가 드러나 있으며 노벨과학상이라는 외부적 인정을 통해 그것을 확인받고자 하는 사회적 욕구가 반영되어 있다”면서 “이런 과정에서 한국 과학자의 노벨과학상 수상 실패를 기초과학연구 정책의 실패나 과학계의 실패와 동일시하는 논조가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과학기술 수준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하다 보니 ‘노벨 과학상’으로 대표되는 외부적 척도를 한층 더 강하게 바라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과학계 일각에선 ‘이제 막 걸음마을 배운 아이에게 달리기를 강요하는 격’이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국이 현대적인 연구설비를 갖추고 기초과학 연구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20여 년에 불과하다. 기초과학 역사가 100~200년에 달하는 미국이나 유럽, 100년에 가까운 일본의 과학자와 연구수준을 따라잡기엔 너무나 격차가 크다.
더우기 전후 우리나라는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선택의 여지없이 경제발전을 위해 기초과학보다는 추격형 응용과학에 집중해왔다.
국내 대부분의 과학기술 연구 분야가 기초과학이 아닌 응용과학에 편중되어 있다.
미약한 기초과학 분야에서도 한국은 연구비 지원이 어떤 성과를 낼 것인지에 집중돼 있어 장기간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안정적인 환경과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는 일본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한 노벨과학상 수상자들의 국제협력 네트워크에서 한국은 협력의 주변부에 머물고 있다는 점도 전문가들은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그것도 주로 미국과 협력에 집중하는 쏠림현상이 심하다.
최근 노벨과학상 수상의 90% 이상이 공동수상이고 3인의 공동수상이 일반적인 트렌드라는 점, 또 수상자의 연구패턴 분석 결과 80%의 수상 사례에서 수상자 간 직간접적으로 상호 협력관계에 있다는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노벨 과학상 수상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커지면서 한편에선 노벨상 수상에 집착하는 과학기술 정책에 대한 비판도 커졌다.
보고서는 마지막으로 “그동안의 관련 연구들은 노벨과학상을 타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집중함으로써 노벨 과학상 수상이라는 목표 자체에는 ‘왜’라는 질문을 제기하지 않았다”며 “암묵적으로 노벨 과학상이 과학연구와 과학 정책의 중요한 목표라는 점을 당연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벨상이 아닌 한국의 과학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기초과학분야에 대한 정부의 지속적이고 집중적인 투자와 함께 과학자를 길러내는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 이런 무형의 조건들을 갖추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