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등 국가적 대형 재난은 물론 경남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 사건 등 심리적 외상을 겪은 피해자들의 심리치료를 지원할 첫 권역 트라우마센터가 다음달 영남권에 들어선다.
정부는 지난해 4월 국가 트라우마센터가 설치됐지만 재난 상황이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도 발생하는 만큼 향후 강원, 전라, 충청권역 등에도 심리지원 ‘컨트롤 타워’를 늘려갈 계획이다.
1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다음달 경남 창녕군 국립부곡병원 내에 영남권 트라우마센터를 설치·운영하기로 하고 현재 준비 작업 중이다.
지난해 4월 서울 광진구 국립정신건강센터에 국가 트라우마센터 문을 연 지 1년1개월여 만에 첫 권역 트라우마센터가 들어서는 것이다.
트라우마센터는 재난 발생 시 정신과 전문의와 정신건강전문요원 등 전문 인력을 현장에 보내고 심리 상담 등 피해자들의 심리적 안정과 사회 적응을 돕기 위한 심리 지원을 총괄한다. 평소에는 재난 대응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재난 유형별 대응 지침 등을 개발·보급한다.
트라우마센터 필요성이 대두된 건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부터다. 그전까진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기구인 국립정신건강센터 내 심리위기지원단이 심리 지원을 담당해 왔으나 비상설 조직인 탓에 체계적인 대응이 어렵고 지속적인 고위험군 관리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에 국가 트라우마센터를 설치토록 하는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이 발의되고 문재인 정부가 100대 국정과제에 국가 트라우마센터 건립을 포함하면서 지난해 4월 첫 상설 국가 조직이 중앙본부 차원에서 국립정신건강센터 안에 마련됐다.
그러나 국가 트라우마센터만으론 전국 각지에서 발생하는 재난 상황에 대처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출범 이후 국가 트라우마센터에선 서울 종로구 고시원 화재부터 태안 화력발전소 노동자 사망사고와 강릉 펜션 가스누출 사고, 경기 안성과 충북 충주 구제역에 이어 강원도 산불 화재 등이 발생했을 때 현장에서 심리 지원을 진행했다.
이처럼 재난 발생 장소는 전국 각지인 반면 현재 국가 트라우마센터 인력은 정신과 전문의와 정신건강전문요원, 연구원 등 24명이 전부다.
이에 정부는 2020년까지 전국의 국립정신병원을 중심으로 권역별 트라우마센터를 확대하기로 했는데 국립부곡병원에 첫번째 권역 센터가 들어서는 것이다. 향후 국립공주병원(충청), 국립나주병원(전라), 국립춘천병원(강원) 등에도 트라우마센터가 설치할 예정이다.
그간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서울에 있는 국가 트라우마센터에서 전문 인력을 현장에 보내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리지만 권역 트라우마센터가 마련되면 심리적 외상 전문가들의 현장 접근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복지부는 기대하고 있다.
지금도 국립부곡병원에선 지난 17일 아파트 방화·살인 사건이 발생한 경남 진주에 전문 인력을 급파해 이웃 주민 등 피해자에 대한 심리 상담 등을 지원하고 있다.
홍정익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은 “영남권 트라우마센터는 국립부곡병원 내부에 전담 부서를 설치하고 전담 전문 인력을 배치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예정”이라며 “지역에서 발생하는 대형 재난에 대한 전문성과 책임성, 접근성 등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