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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스트레스 세포 변화 초 단위 관찰 성공

우울증,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제 개발에 기여
KAIST는 생명과학과 서성배 교수 연구팀이 스트레스에 따른 몸의 반응을 조절하는 부신피질 자극 호르몬 방출인자인 '스트레스 세포(CRF 세포)'의 새로운 역할을 확인했다고 18일 밝혔다.

두뇌의 시상하부 영역에서 방출되는 CRF(Corticotropin Releasing Factor)는 시상하부-뇌하수체 부신으로 이어지는 신경내분비 축을 활성화해 스트레스 반응을 조절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번에 연구팀은 부정적 판단을 유도하는 외부자극이 발생할 때 CRF 세포가 활성화되고 반대로 긍정적인 외부자극을 줄 때 억제되는 현상을 초 단위로 측정하는 데 성공, 기존보다 확대된 CRF 세포의 역할이 있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이는 동물의 본능적 감정판단에 대한 실마리가 될 수 있는 결과로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의 치료제 개발에 새로운 단서를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진은 박사과정이 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Nature Neuroscience)’ 4월호 22권에 게재됐다.  
자연환경에서 동물은 천적을 만나면 빠르게 도망가지만 좋아하는 음식을 발견하면 자연스럽게 다가가는 선천적 행동 양식을 보인다. 도망가거나 이끌리는 본능적 행동은 주어진 특정 자극을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으로 판단하는 두뇌에 의해 결정된다.

연구팀에 따르면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HPA Axis)은 심리·물리적 스트레스에 대한 몸의 생리학적 반응을 조절하는 영역이다. 이 HPA Axis를 조절하는 것이 흔히 스트레스 조절인자로 알려진 부신피질 자극 호르몬 방출인자(CRF)다.

시상하부 영역의 부신피질 자극 호르몬 방출인자를 방출하는 세포는 다양한 스트레스에 의해 자극돼 혈액의 코티졸 인자를 증가시키는 연쇄반응을 유도하고 동물의 생리학적 신진대사 상태를 유지하는 신경내분비 조절의 중추로 흔히 스트레스 세포로 알려져 있다.

이 CRF 세포가 활성화되면 동물의 부정적 감정이 커진다는 가설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약 30분 단위로만 측정할 수 있었고 쥐 등의 실험체를 부검해야만 호르몬의 변화를 파악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어 CRF 세포의 활성도가 스트레스성 자극, 특히 좋은 자극에 대해 초 단위로 어떻게 변화하는지 파악이 어려웠다.

연구팀은 뉴욕대와 공동연구를 통해 생쥐 두뇌의 시상하부 영역의 CRF 세포의 활성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칼슘이미징 기술 중 파이버포토메트리(fiberphotometry)를 도입, 부정적 또는 긍정적 감정의 판단을 유도하는 다양한 자극에 쥐를 노출시킨 뒤 세포의 반응성을 관찰했다.

그 결과 생쥐를 물에 빠뜨리거나 날아오는 새를 모방한 시각적 자극, 천적의 오줌 냄새 등 위협적 외부자극에 의해 쥐가 도망할 때 CRF가 빠르게 활성화되는 것을 확인했다. 반대로 맛있는 음식, 암컷 쥐 등 긍정적 판단을 유도하는 자극에 노출했을 때 CRF 활성도가 억제되는 양방향성의 특징을 규명했다.

서성배 교수는 “냄새와 시각적 자극에 의해 음식을 섭취하기 이전부터 CRF 세포가 감소하는게 확인됐다”며 “CRF 세포가 이런 예측에 의한 기능을 보이는 것은 그간 알려진 시상하부 영역의 세포들과는 차별성이 있는 역할이고 배가 불러도 쥐가 더 맛있는 음식에 노출되면 CRF 세포 활성도가 감소하는 점도 혁신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이다”고 말했다.

또 연구팀은 KAIST 생명과학과 김대수 교수 연구팀과 협력으로 빛을 이용해 특정 세포의 활성을 조절할 수 있는 광유전학을 적용, CRF 세포를 자극시켜 인위적으로 특정 환경을 싫어하거나 좋아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이 결과는 CRF 세포의 활성도가 대상에 대한 선호도 판단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김진은 연구원은 “시상하부에서 다양한 세포와 복잡하게 얽힌 CRF 세포의 활성도를 측정키 위해 칼슘이미징이라는 새 기술로 기존의 기술적 한계를 극복했다”며 “CRF 호르몬의 구조가 밝혀진 이래 40여 년 동안 느린 내분비 조절 기능만으로 알고 있던 CRF의 역할에 대한 이해를 새 기술을 통해 넓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계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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