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0.3%로 내려앉으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년여만에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수출이 감소한 데다 설비투자가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나쁜 수준으로 고꾸라진 영향이 컸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5일 발표한 '2019년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실질 GDP는 전분기 대비 0.3% 감소했다. 이는 지난 2008년 4분기(-3.3%) 이후 10년3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2~3분기 내내 0%대에 머물던 성장률은 4분기 정부소비에 힘입어 가까스로 1.0%까지 올라섰으나 올 1분기 반도체 수출 부진에 투자와 민간소비 등 내수까지 곤두박질치며 아예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분기 기준 GDP가 감소한 것은 지난 2017년 4분기(-0.2%) 이후 5분기만에 처음이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1분기 경제성장률이 하락한 것은 지난해 이후 지속된 투자 부진에 연말 수출 둔화로 성장 모멘텀이 강하지 않은 상황이었다”며 “이런 가운데 정부지출 기여도가 크게 하락하고 민간소비 증가세가 주춤해진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경제 주체별 성장기여도를 보면 정부의 기여도가 지난해 4분기 1.2%p에서 올 1분기 -0.7%p를 나타내며 아예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이는 재정 집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부분이 있는데다 지난해 4분기 정부소비가 크게 늘었던 데에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한 부분도 있다는 설명이다.
지출 항목 중에서는 설비투자의 성장기여도가 -0.9%p로 나타나 성장세를 큰 폭 깎아먹었다.
구체적으로 수출과 소비, 투자 등 경제 성장을 떠받치고 있는 모든 축이 크게 흔들렸다. 수출은 2.6% 감소하며 지난해 4분기(-1.5%)에 이어 2분기 연속 내리막을 탔다. 이는 지난해 4분기(-5.3%) 이후 가장 낮았다. LCD(액정표시장치) 등 전기 및 전자기기 수출이 부진해지며 감소세를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도 3.3% 하락했다. 반도체 수출 부진으로 기계 및 장비 부문에서 큰 폭 하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나마 지난해 4분기 1.0%에 달하며 경제성장을 떠받쳤던 민간소비도 올 1분기에는 0.1%로 내려앉으며 부진해진 모습이었다. 민간소비는 가전제품 등 내구재 소비는 늘었으나 의료 등 서비스와 의류 등 준내구재 소비는 줄어들었다. 정부소비도 0.3% 증가에 그쳐 지난해 4분기(3.0%)에 비해 크게 위축됐다.
얼어붙은 투자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설비투자는 -10.8%를 나타내며 지난 1998년 1분기(-24.8%) 이후 21년 만에 가장 큰 폭 감소했다.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 기계류와 운송장비 투자가 모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투자도 -0.1%를 기록해 지난해 4분기(1.2%) 이후 1분기 만에 역성장 추세로 돌아갔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4% 감소하며 2009년 1분기(-2.5%) 이후 10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건설업도 주거용 건물건설과 토목건설이 줄어 전기대비 0.4% 하락했다. 서비스업은 도소매, 음식숙박업, 보건 및 사회복지업 등이 줄었으나 금융 및 보험업 등이 늘면서 0.9% 증가했다. 지난해 1분기(1.1%) 이후 최고치였다.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반도체 수출단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석탄 및 석유제품 등 원유 수입가격이 더 큰 폭 하락하면서 0.2% 증가했다.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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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날 : [2019-04-30 16:3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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