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됐는데, 전쟁이 터졌지 뭐야.”
강원 화천군 하남면 토박이인 이복례(77· 가명) 할머니는 소위 ‘비문해’자다. 일상생활에서 한글을 듣고 말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글을 쓰고 읽을 줄은 모르기 때문이다.
학교에 들어갈 시기인 7살 무렵 갑자기 6·25 전쟁이 발발했고, 전쟁이 끝난 후 폐허가 된 고향 땅에서 할머니는 학교생활을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로부터 70여 년이 흐른 올해 들어 이복례 할머니는 다시 한글 책을 펼쳤다. 아직은 자음과 모음을 공책에 따라 적는 수준이지만, 1주일에 두 번 만나는 한글 선생님이 누구보다 반갑다.
화천군은 올해 2019년 교육부 성인문해교육 지원사업 공모에 선정돼 ‘찾아가는 한글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시작된 한글교실은 오는 9월6일까지 이어진다.
이복례 할머니를 비롯한 지역의 비문해 노인들이 매주 2회, 회당 2시간 씩 20주 간 한글을 쓰고 읽는 법을 배우게 된다.
연필 바르게 잡는 법으로 시작된 수업은 숫자와 자음, 모음 쓰기, 간단한 낱말 익히기, 내이름과 가족 이름쓰기, 글자 만들기에 이어 마지막 주 편지쓰기로 마무리된다.
강사로는 문해교육 교원연수 과정을 이수했거나, 문해교육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 일정 경력을 보유한 지역 여성들이 참여하고 있다.
한글교실에 참여하고 있는 비문해 노인들의 학구열은 살아온 날의 답답함 만큼이나 뜨겁게 피어 오르고 있다. 전입 신고서에 이름을 제대로 쓰지 못했던 일, 손자에게 책 한 권 제대로 읽어주지 못햇던 일 등은 한글을 알면 다시 겪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2시간의 수업은 삽시간에 흐른다.
이복례 할머니는 “글을 배우면, 명절 때마다 자녀들이 보내 오는 안부 문자 메시지에 답장부터 해주고 싶다”며 “이제라도 이런 기회가 생겨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최문순 화천군수는 “어르신들의 희생 속에 자식 세대는 세계 어느 국가 못지 않은 교육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며 “노인 문해교실을 내실있게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김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