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공(滿空) 배재수
손주들을 위한 할아버지 서당 - 한자 성어로 보는 24절기
“꾀꼬리는 금빛 북(실쿠리)인양 날아다니며 버들 실을 짠다.”
입하때면 새 잎이 무성히 돋아나 늘어진 수양버들 가지 사이로 꾀꼬리가 분주히 날아 다닌다.
마치 베틀 위에서 버드나무 가지 날실(세로 실)사이로 황금빛 북(씨실, 실쿠리)이 좌우로 왔다 갔다 하며 버드나무천을 짜는 모습 같다 는 표현이다(출전 : 작자 미상의 중국 唐詩의 한 구절).
24절기 중 입하(立夏)는 양력 5월 5~ 6일 무렵 (2019년은 5월 6일)이다.
태양의 황경(黃經)이 45도에 이르렀을 때이며 ‘입하가 지나면 여름’이라고 하듯이 낮에 온도가 빠르게 오르는 계절, 말 그대로 여름의 문턱에 들어선다는 뜻이다.
일교차가 크고 변화 많던 날씨는 이 때부터 안정된다.
농작물이 한창 자라기 시작 할 때지만, 동시에 해충도 나타나고 잡초도 돋아나서 김메기 (잡초제거)와 해충구제에도 바빠지는 농촌이다.
새 잎을 틔운 나뭇 잎은 윤기를 더 하고 그렇지 않은 나무들은 마지막으로 싹을 틔어 푸르름으로 넘어가고자 몸부림치는 그야말로 실록의 계절이다.
길게 자란 버드나무는 마치 연두색 실을 늘어 뜨린 모습 같기도 하고 산새들도 짝을 찾아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기에 바쁘다. 뻐꾸기 울음소리는 골짜기마다 메아리 치고 산과 들에는 온갖 야생 나물들이 지천으로 돋아나 입맛을 돋군다.
이 무렵 대표적인 야생화는 이팝(쌀밥)나무 에서 피는 흰 꽃이다. 과거 도시 가로수들은 꽃가루 피해가 많은 수종들이었지만 요즘은 이팝나무가 가로수로 각광을 받고 있다. 흰 꽃이 마치 흰 쌀밥 같이 온 나무 가지를 뒤덮으며 피는데 꽃이 한꺼번에 잘 피면 그 해에 풍년이 들고 꽃이 신통치 않으면 흉년이 들 징조라고 조상들은 점쳤던 것 같다.
비닐하우스 등 발달된 현대농법에서는 온실에서 키운 모판이나 고추 등 모종들을 내 와서 밭에 이식하고 논에 모내기를 하는 철이다.
이 절기에 주로 사용되는 속담은 ‘입하 바람에 씨나락 몰린다’ ‘입하 물에 써레 싣고 나온다’등 주로 농사와 관련되는 말이다.
제철음식으로는 주로 두릅 같은 야생 산나물 요리가 많다. 특히 싱싱하게 새로 자라서 약성이 최고조에 달해 있는 쑥을 뜯어 만드는 쑥떡 쑥버무리 쑥국 등 쑥요리는 건강에도 좋은 별미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