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에만 제조업 취업자 수 11만 줄어 들어
40대 고용률도 작년 4월부터 ‘1년째’ 감소
전문가들 “방향 잃어… 산업 구조 고려해야”
“재정 투입 한계… 최저임금 속도 조절해야”
“제조업과 도·소매업의 고용 감소세가 이어져 40대 고용이 불안정한 상황에 놓인 것은 몹시 아픈 부분이다. 고용 시장 밖으로 밀려났거나 소득이 낮은 취약계층의 상황은 여전히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달 30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최근 고용 상황에 관해 내린 평가 중 일부다.
문 대통령은 올 초 청와대 영빈관에서 연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여러 지표 중) 무엇보다 고용이 양적인 면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면서 “고용 불안이 커지는 것을 막지 못했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설립’이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해 고용 상황을 직접 챙겨왔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출범 3년 차를 맞는 현재 고용 지표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야말로 ‘일자리 대통령의 정책 실패’다.
한국 경제를 뒷받침하는 제조업 분야의 일자리 감소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올 3월 제조업 부문 취업자 수는 10만8000명(-2.4%) 줄었다. 지난 해 4월(-6만8000명)을 시작으로 1년째 마이너스(-)를 나타내고 있다. 1월(-17만명), 2월(-15만1000명)보다 감소세가 약해지긴 했으나 감소 규모는 여전히 10만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노동 시장의 허리에 해당하는 40대 고용률도 나쁘기는 마찬가지다. 3월 40대 고용률은 78.9%로 전년 동월 대비 0.6%포인트(p) 낮아졌다. 지난해 2월(-0.4%p)부터 14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다. 40대 취업자 수는 2017년 6월 682만2000명에서 3월 649만6000명까지 줄어들었다. 40대 경제활동참가율도 1%p 내렸다.
고용 부진이 제조업 분야, 40대에 국한된 문제만은 아니다.
2018년 취업자 수는 9만7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 경제를 강타했던 2009년 이후 9년 만에 증가 폭이 가장 작았다. 2017년에는 20만~30만명대를 오르내렸던 월별 취업자 증가 수의 경우 2018년에는 7월(5000명), 8월(3000명), 9월(4만5000명), 12월(3만1000명)에 5만명 선을 밑돌았다.
자영업자 문제는 더 심각하다. 국세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제조, 도·소매, 음식, 숙박 등 4대 업종의 자영업 폐업률은 89.2%다. 2016년 77.7%→2017년 87.9%→2018년 87.9%로 올랐다. 자영업자 저축은행 대출 잔액은 13조7000억원으로 전년(10조4000억원)보다 31.7% 늘었다. 전 금융권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0.61%로 전년(0.51%)보다 0.1%p 높아졌다.
문 대통령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부작용을 인식하고 “대책을 강화하겠다”고 신년 기자회견에서 직접 언급했다. 그러나 이 발언 이후 지금까지 정부가 내놓은 정책은 영세 자영업자 대출 보증 정도다. 시장에서 ‘유의미하다’는 평가를 받는 정책은 눈에 띄지 않는 상황이다.
또 고용노동부 산하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 전원이 사퇴하면서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정부 개편안을 반영하기가 어려워졌다.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바꿔 인상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정부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전문가들은 문 정부의 고용 정책이 방향성을 잃었다고 지적한다. 선언적인 목표치만 존재할 뿐 근거나 방법론이 부족하다는 비판이다. 자영업자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근로자의 고용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정책 수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경제정책국장은 “문재인 정부의 고용 정책은 재정 투입을 전제로 한 자금 지원 정책이 대부분이다. 목표만 내세울 뿐 일자리를 어떻게 늘리겠다는 것인지 수단이 명확하지 않다”면서 “한국의 일자리를 선도했던 제조업이 무너지고 있는데 이런 산업 구조를 중요하게 고려하며 고용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짚었다.
김태기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세수가 뒷받침되지 않는 현 상황에서 노인 일자리 등 재정 투입을 전제로 한 고용 정책은 지속할 수 없다”며 “비정규직 근로자, 중소기업 근로자 등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을 누릴 수 없는 계층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최저임금을 차등화하거나 속도를 조절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경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