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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 “수사권 조정안, 민주원칙 어긋나” 정부 비판

기자간담회서 수사권 조정 법안 비판 “수사 착수·결론 분리는 민주적 원리” “자치경찰제는 공약… 공수처 반대 안해” 박상기 이메일, 검찰 패싱 불만 토로도
문무일 검찰총장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법안)에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에 대해 “소 잃을 것을 예상하고 마구간을 고치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했다. 

법안 논의 과정에서 검찰이 제외된 점,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발언 자제 주문’ 취지 이메일 등에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냈다. 
문 총장은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중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현재 국회에서 신속처리법안으로 지정된 법안들은 형사사법체계 민주적 원칙에 부합하지 않고, 기본권 보호에 빈틈이 생길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문 총장은 “프랑스대혁명 원칙을 보면 수사를 착수하는 사람은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결론 내릴 수 있는 사람은 착수를 하지 않고, 이건 재판도 마찬가지”라며 “착수하는 사람은 결론을 못 내리게 하고, 결론을 내리면 착수를 못 하게 하는 게 민주적 원리”라고 운을 뗐다.

이어 “예외 되는 게 검찰이었다. 검찰 수사 착수 부분이 너무 확대됐다”면서 “검찰도 문제라고 인정해 바꿀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형사사법절차 민주적 원칙에서 예외가 검찰 직접수사 착수 부분이고, 어떻게 통제할지 집중하는 게 더 옳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총장은 이를 토대로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을 주는 국회 법안을 비판했다. 문 총장은 “현 국회사법개혁특별위원회 정부안은 전권적 권능을 확대해놨다”며 “검찰이 이런 전권적 권능을 갖고 일했으니 경찰도 통제받지 말고 전권 행사해보라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이어 “수사는 기본적으로 선한 면이 있지만, 이면에는 평온한 상태에 있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점이 있다. 그래서 신속·효율보다 적법·신중이 중점이 돼야 한다”면서 “수사 행위는 시대가 갈수록 법률적 제약을 심하게 해 촘촘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 법안에서) 사후에 고치거나 이의제기로 고친다, 송치된 뒤 문제를 살펴보고 고친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면서 “소 잃을 것 예상하고 마구간 고치거나 병 발생할 것을 알고 약을 미리 준비한다는 것과 똑같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사후약 처방 잘해주면 되지 왜 그렇게 문제 삼냐고 하는데, 당하는 사람 기준에서 생각해야 하지 않냐”면서 “수사하는 사람 편의를 위해 국민을 노출시키는 건 옳지 않다”며 현 법안대로라면 결국 국민의 기본권 침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관련 법안에 따르면 검찰은 경찰에 수사 지휘를 할 수 없고, 경찰은 혐의점이 없는 사건은 1차적으로 수사를 종결할 수 있다. 다만 경찰 수사에 법 위반이나 인권 침해, 수사권 남용 등 문제가 있으면 검사가 시정조치와 사건 송치 등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문 총장은 “과거 정치적 의혹이 따른 사건들이 꽤 있었다. 수사 결과에 정치적 중립을 의심받거나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과도하게 미적거리는 모양이 보여졌다”며 검찰 과오를 인정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자체 개혁안으로 “검찰 수사 착수를 줄이겠다.

마약·조세·금융·식품의약 수사는 분권화 추진 중이고, 특별수사부까지 뺄지는 국민적 결단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찰 비대화 우려에 대해선 “자치경찰제, 정보경찰 분리 문제는 수사권 조정과 직접 관련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런 권능들이 결합됐을 때 어떤 위험이 있을지 말씀드리는 차원에서 말하는 것”이라며 “대통령 공약 중 하나이고, 검찰에서 먼저 말 꺼낸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에 대해선 “반대하진 않는다. 공수처 논의가 20여년 지속된 원인이 검찰인데, 해소 다 못하면 우리 문제로 인정해야 한다”며 “다만 유연성이나 부수적 문제는 국회에서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와 함께 그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제기된 ‘검찰 패싱’ 논란에 대해서도 답답함을 토로했다. 문 총장은 “정부안이 나온 뒤로 수차례 검찰 의견을 제기했고, 국회 논의가 시작되면 우리도 참여하기로 했다”며 “실제 논의가 몇번 열리긴 했지만 중단됐고, 그 상태에서 갑자기 패스트트랙에 올랐다. 그래서 이제야 (간담회를 통해 입장을) 밝힐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또 “삼권분립 원칙상 법을 만드는 건 국회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법률안대로 하면 이런 위험이 있다고 호소드리는 게 마지막”이라며 “호소 방법은 국회에 설명하는 게 있고, 언론에 개별적으로 설명하는 게 있다”고 덧붙이며 간담회 마련 배경을 설명했다.

박 장관이 최근 전국 검사장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수사권 조정 법안 보완책을 제시하며 “개인적 경험이나 특정 사건을 일반화시키지 말고, 정확하지 않은 정보나 팩트, 외국제도 등을 예로 들며 주장하지 말라”고 한 데에도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문 총장은 “장관님이 이메일에서 말씀하신 방법대로 하면 외국 사례도 말하면 안 되고, 구체적으로 말하면 안 되고,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며 “한 줄로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 이렇게 하면 되지 않냐.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반발했다.

한편 이날 오전 9시30분 시작된 간담회는 105분 가량 이어졌다. 문 총장은 간담회를 마무리하면서 “임기 중 수사권 조정을 어떤 방식이든 정리해 후임 총장은 정치적 중립이나 수사공정 시비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고 싶다는 게 개인적 소망이었는데, 어려운 과제를 넘겨주게 돼 굉장히 미안하다”며 목이 메기도 했다.
 노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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