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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아팠던 경로당 회원들 응어리 풀어주고 ‘지회 돌려줄 것’

인터뷰 - 민병종 회장(경기 안산시 단원구지회) 바로 잡아보자’ 읍소에 표심 몰려… “초심 잃지 않을 것” 지회업무 인수 첫인상 ‘배추장사도 이런 배추장사가 없다’ “지회장이 경로당을 자주 방문하는 것은 기본이자 ‘특효약’” 환풍기 고장 나고 벽지에 곰팡이 핀 경로당 등 환경개선 시급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선부광장1로 단원구지회 앞에는 ‘잘 섬기겠습니다. 잘 모시겠습니다’는현수막이 크게 걸려있다. 지난 2일 민병종 지회장 취임식에는 500여 명의 하객이 몰렸다.

민병종지회장(70)은 안산시의 5개 동장을 두루 거치고 시의회의원을 지냈다. 서 너 군데 아파트 관리소장을 했고, 지지난해 A아파트 동대표 회장을 맡고 있었는데 경로당 회원 4~5명이 찾아왔단다.

경로당 회장을 맡아달라고 하도 매달려서 마지못해 회장을 맡게 됐는데 막상 경로당회장을 해 보니 단원구지회 운영이 말이 아니었다. 지회장이 자의적, 편파적으로 지회를 운영해 경로당 회장들의 불만이 적지 않았다. 


전임 지회장이 대한노인회 중앙회 징계위원회의 자격정지 결정에 따라 지회장직을 떠났고, 민병종 당시 경로당 회장은 지회장 출마를 결심하게 된다.
그가 133개 경로당을 돌며 ‘이제라도 단원구지회를 바로 잡아보자’고 읍소했는데 이것이 경로당회장들의 마음을 움직여서 전임 지회장이 미는 후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표 차이로 민병종 지회장이 당선됐다.


인수인계에 착수한 민 지회장은 지회운영의 실상을 접하고 나서 ‘배추장사도 이런 배추장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전임 회장이 노동법 무서운 줄 모르고 사무국장과 직원 한 명을 아무 대책 없이 나가라고 해서 문제가 생겼다.

법원에서 한 명은 조정 판결, 한 명은 패소하는 바람에 지회의 2년 치 경로당회비 다 모은 것과 맞먹는 거액을 지출해야만 헸고, 이로 인해 빚을 지게 됐는데 현재도 전 지회장이 어디까지 물어내야하는지에 대해 법률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 
또 전임 회장이 횡령혐의로 형사고발 되고 1심, 2심, 그리고 대법원까지 가서 500만원 벌금형이 확정됐는데도 지회장직을 물러나지 않자, 상급회인 경기연합회에서 징계위원회를 열고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으나 이사회에서 무슨 까닭인지 이를 뒤엎고, 다시 중앙회 징계위원회에서 자격정지를 결정해 지회장직에서 물러나는 동안 너무나도 지루하고 긴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에 각 경로당에는 피로도가 쌓였다. 지회에 납부하는 회비를 내지 않은 경로당도 많이 있었으나 지회장 선거를 통해 새로운 지회장이 당선된 뒤로 회비를 납부하는 경로당이 크게 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지회장 자리는 무보수 명예직이다.

회계문제만 해도 대단하게 복식부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단식부기를 하기 때문에 행정경험이 반드시 필요한 것도 아니다. 지회장과 임원들 그리고 사무국 직원들의 인성이 바르기만 하면 지회 운영은 뭐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전임 지회장을 잘못 뽑았던 것은 맞다.

그렇다고 지회장 혼자만 잘못한 게 아니다. 임원들은 뭘 했고, 사무국 직원들은 뭐 했는가. 그래서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할 텐데 민 지회장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잘못된 것을 바로 잡으려면 여기저기서 삐걱대기 마련이다. 그러나 적폐 청산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1년 동안 행사도 제대로 못해서 해야 할 일이 적잖이 밀려있다.
그래서 11월 10일에는 체육대회, 16일에는 연수회, 23일에는 노인의 날 기념행사 등 이달에 몰아치기를 할 수밖에 없다. 게이트볼 대회는 일정상 올해는 건너뛰고 내년에 해야 할 것 같다고 민 지회장은 말한다. 
민병종 지회장은 “지회장이 경로당을 자주 방문하는 것이 기본이자 지회 운영의 특효약”이라고 생각한다. 가 보지 않고 어떻게 형편을 알 수 있겠는가.

경로당을 돌아보니 지회에서 해야 할 제일 급한 일이 뭐니 뭐니 해도 경로당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단다. 주방에 환풍기가 고장 나서 취사를 하면 환기가 잘 안 돼 애를 먹는 경로당도 있고, 벽지에 곰팡이가 슬은 경로당도 있었다. 
게다가 편파적인 지회 운영으로 설움 받은 경로당이 꽤 있다. 이 가슴 아팠던 경로당 회원들의 응어리를 풀어주고 지회의 주인으로 당당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민 지회장은 지회를 그들에게 돌려줄 작정이다. 정말 할 일이 태산 같다.

그러나 서두를 것 없다. 민 지회장은 2~3개월이면 그렇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단원구지회에는 10년 가까이 된 낡은 45인승 해피버스가 있는 데 제종길 안산시장이 내년에는 새 버스로 바꿔드리려고 본 예산에 세워놓았다고 말했다. 고마운 일이다.

그리고 지회에 가장 아쉬운 것이 자체 회관이 없이 노인복지관 한 귀퉁이에서 회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민 지회장은 선거과정에서 임기 내에 지회 단독 건물을 마련하겠다고 공약했다. 
민 지회장은 “안산시에 박순자 의원 등 국회의원이 세 분이 있다. 국회에서 예산을 좀 따주고, 도비 좀 얻고, 시에서 땅을 좀 내주면 임기 내에 회관을 건립하는 것은 가능하지 싶다”며 “이미 그 분들과 머리를 맞대고 이 숙원을 해결하기 위한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회관이 세워지면 그 곳에서 노인들이 운동하고, 식사하고, 프로그램 활동하고, 진료도 받을 수 있도록 One-stop시스템을 갖추려 한다고 덧붙였다.
민 지회장의 부친은 옛날 분이신 데도 입버릇처럼 “남에게 피해주는 사람이 되지 말고 분수 꼇 살라”고 형제들을 훈육하셨단다. 지금도 이것이 민병홍지회장의 좌우명이고, 가훈이다.

민 지회장은 “우리 단원구지회가 지탄을 받는 지회였지만 더 이상 전국의 모든 노인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6000명 회원이 단합하여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혹시 내가 하는 일이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고, 너무 욕심 부리지 않고, 분수껏 산다면 안산시 단원구지회 뿐만 아니라 대한노인회 전체의 미래는 밝지 않겠는가.              

김용환 기자 oldage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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