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명계좌와 관련한 정치권의 문제 제기가 나오면서 차명계좌가 국정감사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라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된 ㈜다스(DAS)의 법률적인 주인을 검찰이 확인하겠다고 나선 것도 차명재산과 관련이 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5년 동안 국세청이 적발한 차명재산이 9조3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실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2012∼2016년 차명재산 적발 현황’을 보면 5년간 총 1만1776명이 9조3135억원의 차명재산을 관리해오다가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7억9000만원에 해당하는 재산을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숨겨왔던 셈이다.
5년 동안 적발된 차명재산을 종류별로 나눠보면 차명으로 유가증권을 보유했다가 적발된 사례가 가장 많았다.
5210명이 6조860억원에 달하는 유가증권을 차명으로 숨겼다. 1인당 평균은 13억1000만원에 달했다.
5816명은 예·적금으로 1조8916억원을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숨겼다. 1인당 3억3000만원에 달했다.
750명은 차명으로 부동산을 소유해 6059억원을 숨겨뒀다 적발됐다. 1인당 평균은 8억1000만원이었다. 예·적금 차명재산 소유자보다 1인당 금액은 더 컸다.
연도별 적발 현황을 보면 2012년 2조2274억원(1244명), 2013년 2조4532억원(1831명)으로 적발 금액이 늘어났다가, 2014년 1조7681억원(3265명), 2015년 1조5585억원(2957명), 2016년 1조3063억원(2479명)으로 점차 감소했다.
1인당 차명재산 적발 액수를 연도별로 봐도 2012년 17억9000만원, 2013년 13억4000만원이 적발됐다. 2014년 5억4000만원, 2015·2016년 5억3000만원으로 감소 추세다.
적발 금액은 감소하고 있지만, 차명재산 적발의 중요한 단서가 되는 신고 건수는 2013년 1월 차명계좌 신고포상금 제도 시행 이후 매년 증가하고 있다.
차명계좌 신고 건수는 2013년 1만630건에서 2014년 1만8791건, 2015년 2만2951건, 2016년 3만3631건으로 4년 동안 3배 이상 증가했다.
이에 따른 포상금 지급액도 2013년 1억900만원에서 2014년 3억1400만원, 2015년 6억9500만원, 2016년 11억9700만원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국세청은 국세행정 업무 전 과정에서 차명재산이 확인되면 그 내역을 차명재산 관리프로그램에 입력해 실명전환, 매매, 증여 등 소유권 변동 내용을 정기적으로 사후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두관 의원은 “차명재산은 금융실명제법 위반일 뿐만 아니라 조세포탈 행위이며 자금세탁·뇌물수수·범죄수익금 은닉·비자금 조성 등 각종 범죄와도 연루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국세청은 차명재산 근절을 목표로 철저히 조사해 공평한 과세정의가 실현되고 불법자금이 범죄로 흘러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을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