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60세 정년 연장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에 불을 붙였지만 현행 65세인 노인 복지제도 기준 연령에 대해선 당장 손을 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장기적으론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노인 복지제도에도 관심이 쏠리지만 노인빈곤율이 심각한 상황에서 정년과 복지 연령을 연동할 경우 은퇴 이후 소득 공백만 심화할 거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3일 고용노동부와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등 부처와 국책연구기관으로 구성된 ‘인구 정책 태스크포스(TF)’는 고용반을 중심으로 고령자 고용 촉진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만 60세인 정년 이후에도 고령자를 채용하면 해당 기업이나 노동자에게 임금 보전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 등을 논의 중이며 결과물은 이달말 경제활력대책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주재하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2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 “정년 연장 문제를 사회적으로 논의할 시점이 됐다”며 “(정년 연장이) 청년층에 영향을 주지 않는 방안을 (인구 정책 TF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부총리께서 정년 연장 필요성이 있다고 얘기했는데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년 이후에도 계속 일할 수 있는 게 필요한 상황에서 생각해 볼 시점은 됐다”면서도 “부총리도 말씀하셨지만 청년고용 문제와 충돌 우려 등이 있어 당장 논의하기는 어렵다는 공감대가 TF에서 형성됐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당장 정년 연장 추진은 어렵더라도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대비해 고령자 채용 확대 정책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정년 연장과 맞물려 65세가 대부분인 노인 복지제도 기준 연령 논의가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우리나라 노인 보건복지사업은 상당수 65세가 대상자 선정 기준이다. 기초연금과 노인장기요양보험(65세 이상 또는 65세 미만 노인성 질환자), 지하철 경로 우대를 비롯해 노인 의료비 본인부담 감면제도인 노인외래정액제, 임플란트 건강보험 적용 확대, 경로당 이용 등이 65세를 기준으로 지원되고 있다.
따라서 정년 연장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한다고 해서 노인 복지정책까지 손볼 필요는 없는 셈이다.
인구 정책 TF 내 복지부가 주관부처인 복지반도 정책과제로 ‘노인 복지정책의 지속가능성 제고’와 ‘장기요양보험 재정 안정화’ 등 2개 주제를 확정했지만 정년 연장 관련 논의는 이뤄지지 않는다. 복지부 관계자는 “정년 연장은 고용반 주제”라며 “중앙부처 노인 복지정책 전반을 검토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정년 연장이 노인 복지와 전혀 무관한 문제라고 볼 수는 없다.
우선 정년이 늦춰지면 은퇴 이후 소득 공백이 발생하는 이른바 ‘소득 크레바스’가 다소 완화될 수 있다.
지금도 60세인 정년과 65세인 노인 복지제도 사이에는 5년 가량 차이가 발생한다. 특히 국민연금은 1998년 연금 개혁 이후 연금 수급연령을 2013년부터 5년마다 1세씩 조정해 2033년 65세까지 점진적으로 늦추기로 했다. 지난해부터 2022년까지도 국민연금은 62세부터 받을 수 있다.
2016년 중위소득 50% 기준으로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상대적 빈곤율은 43.7%로 높은 상태에서 정년 연장은 국민연금은 물론 기초연금 등 각종 복지제도 혜택을 받기까지 소득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년 연장 논의와 함께 노인 복지제도 기준 연령이 상향 조정될 경우 되레 '소득 크레바스'가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윤경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구정책연구실장은 “기존에도 복지 서비스는 65세부터 제공되는데 노동시장에선 60세면 나가야 해 5년가량 간격이 생기는 ‘소득 크레바스’ 얘기가 계속 나왔다”며 “당장 정년이 연장되면 이 틈을 줄이는 효과가 있겠지만 복지 정책 기준 연령이 그만큼 위로 올라가 버리면 또다시 크레바스가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인 복지제도 기준 연령 조정은 정년 연장이 노동시장에 안착하거나 외국처럼 정년 개념 자체가 없어져 누구나 65세 이후에도 일할 수 있게 된다면 그때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경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