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대들보 역할을 하던 반도체가 부진하면서 지난 4월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7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글로벌 반도체 경기가 하강 국면에 접어든데다 미중 무역갈등으로 인한 산업 침체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하반기 회복도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4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경상수지는 6억6000만달러 적자를 냈다. 2012년 4월(-1억4000만달러) 이후 7년 만의 적자 전환이다.
경상수지 적자의 가장 큰 요인은 상품수지 흑자 규모가 쪼그라든 데에 있다. 수출이 감소한 가운데 수입이 늘면서 상품수지 흑자 규모는 56억7000만달러로 전년동월수준(96억2000만달러)보다 크게 위축됐다.
수출은 483억달러로 전년동월(515억1000만달러)대비 6.2% 감소했다. 지난해 12월부터 5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수출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가 부진하면서 큰 영향을 미쳤다. 4월 반도체 수출액은 86억8000만 달러로 전년동월(99억4000만 달러) 대비 12.7% 하락했다. 반도체는 지난해 평균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9%를 차지한 바 있다.
지난해 말부터 국내 반도체 산업의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하강 국면에 접어들면서 수출 부진이 시작됐다. 반도체 단가 하락으로 수출액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에 주로 사용되는 DDR4 8기가비트(Gb) D램 고정거래가격 3.75 달러로, 전월 대비 6.25% 감소하며 4달러 선이 붕괴됐다. 낸드플래시 범용 제품인 128Gb MLC 가격은 3.93 달러로 전월 대비 1.26% 감소하며 6개월 연속 하락했다.
당초 업계는 하락세로 접어든 반도체 가격이 2분기 부터 서서히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계절적 비수기 영향과 글로벌 데이터센터 업체의 재고 소진으로 전형적인 상저하고 패턴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하지만 미중 무역갈등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예상에 따라 반도체 경기가 하반기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미국 정부가 시작한 화웨이 제재가 IT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면서 침체가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화웨이 제재가 시작되면서 글로벌 반도체 경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반도체는 지난달 수출액 75억3700만 달러를 기록해 전월 대비 10.6%, 전년 동월대비 30.5% 감소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반도체 수출은 분기말인 3월 밀어내기 이후 4월에는 감소했다가, 5월에는 증가하는 것이 전형적인 패턴”이라며 “5월 수출 부진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중 무역협상 결렬과 화웨이 대한 초강력 제제, 그리고 5월 한국 반도체 수출 급감하며 기존의 반도체 회복 시나리오에 대한 궤도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며 “반도체 업황은 또다시 시계제로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김성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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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날 : [2019-06-10 15:5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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