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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머님

두레박 - 김철준(본사 객원기자 / 칼럼니스트)
이 세상에 나를 뿌리신 두 분 중 마지막 한분 어머님이 가셨습니다. 이승의 기쁨과 웃음과 아픔과 눈물을 뒤로 하시고 영원히 떠나셨습니다. 

어버이날에 어머님의 한없는 그리움이 새삼 솟구쳐 오는 것을 어찌할 수 없습니다. 지긋지긋한 삶의 흔적도, 뼈저린 아픔과 고통도 이제는 털어버리셨습니다. 이글거리는 용광로 속에서 찌든 육신이 훨훨 타버리는 광경을 보시며 하늘나라로 웃음으로 속 시원한 마음으로 뼈가루만 남기시고 생전에 못 다한 사랑이라도 이루시려는 듯 아버님 곁으로 찾아가셨습니다.

80이 넘도록 건강하시던 어머님이 생의 마지막에서 눈알이 시뻘건 망나니들을 만나 모질게 싸우시다 불심으로 다 용서하시고 낡은 육신을 벗고 부처님 곁으로 떠나가셨습니다. 그 연세 되도록 버팀이 된 보잘 것 없는 육신을 또 그 때문에 고통을 받았던 육신을 버리고 평소에 동경하시던 불국의 세계로 정착하시려 가뿐히 떠나셨습니다.

벗어버린 초라한 육신이 산화되고 있을 때 어머니께서는 “어서 타버려라”하시며 악마들과 고통을 주었던 병마들을 보시고 “그래 너희들도 한번 당해봐라. 남을 해치는 고통이 얼마나 무서운 범죄가 되는가를”하시며 왜 그리 삶에 애착했는지 생각이 어리석었다고 후회나 하지 않으셨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제 나의 어머님은 가셨습니다. 
다시 만나려면 다음에 내가 부모님 곁으로 가는 것 뿐입니다. 뼈를 깎는 고통을 벗었기에 자식들은 기쁘게 보내드렸습니다. 편안한 나라에서 영원한 삶을 누르시리라 믿습니다. 

이승에서 잘못이 없는데 저승에서는 푸대접을 받을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어머님은 좋으신 분이었다고 감히 믿습니다. 같은 분들 중 평범하면서도 그만큼 남다른 일을 하셨던 분들이 흔하다고는 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어머님이 목 마르시다며 물 한번 실컷 먹어보기를 원했으나 자식으로서 그리 못해드린 것이 영 마음에 걸려 있습니다. 

한 숟갈, 두 숟갈씩 떠 넣어 드리니 갈증 때문에 호소하셨지만 그리 할 수 없었던 터라 그 사이 숨을 거두시고 말았습니다. 질기던 목숨이 그리 쉽게도 끊어질 수 있다고 믿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런 정도면 평생 몇 번이고 숨결이 끊어졌을 것입니다. 
생전에도 아까와 하지 않으셨을 육신이기에 저 세상에서는 털어 버리시려고 화장(火葬)을 해주시라고 원하셨음을 믿습니다. 죽으면 썩고 가루되어 사방에 흩어지고 말 것인데 차라리 깨끗하게 옥 단지함에 봉안해서 모셔 놓은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고왔던 모습으로 어머님은 연꽃무늬 밭에서 오래오래 평안히 살아 숨 쉬고 계실 것입니다. 어머님은 가셨습니다. 영원히 가셨습니다. 다시는 그 모습을 뵐 수가 없습니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멀리하고 미련없이 가셨습니다. 앞으로 그 작은 흔적들도 사라질 것입니다. 아마도 당신은 모든 것들은 깨끗이 지워지기를 바라실 것입니다. 육신마저 태워버리신 분입니다.

영혼은 윤회되어 다시 어쩌면 아름답게 피어나실지 모릅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어머님은 자신의 운명을 예측하시고 시골집에 당신의 자국들을 지워놓고 가시려고 미리 정리정돈을 해두신 분입니다.

당신의 운명을 미리 예단하시고 살아오신 세월들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요? 누구도 눈치채지 못한 가운데 당신만이 안고 살아가신 어머님을 우리는 무엇으로도 보상해 드릴 수 없습니다. 

임종을 지켜보면서 저렇게 허망하게도 끝나는구나. 참으로 뜬구름 같은 것이 인생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어머님! 이 세상에는 다시 없으실 어머님, 앞으로는 절대로 어머님을 부르지 않으려 합니다. 그것이 어머님을 위하는 길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편안한 세상에서 편안한 삶을 누리십시오. 어머님이시여!
올해 어버이날도 3일 후 어머님 생신일과 하루 뒤 부처님 탄생일이 겹치며 뜻 깊게 보냈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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