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수사 외압’ 의혹 결국 미궁… “증거가 없다”
‘외압 무혐의’ 곽상도 “文대통령 법적 책임 묻겠다”
‘남산 3억원’ 규명 실패… 이백순·신상훈, 위증만 기소
김학의·장자연 사건, 남산 3억원 의혹, 용산참사 등 과거사위가 재수사를 권고한 사건이 검찰 수사 결과 잇따라 근거 없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줄소송이 예고되고 있어 문 정부가 자충수를 둔 것이 아니냐는 여론이 높다.
김학의 의혹 인정할 증거 없어
지난 두 달여 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둘러싼 의혹을 수사한 검찰 수사단이 2013년 수사 당시 ‘청와대 외압’ 의혹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부실 또는 봐주기 수사 의혹 등에 대해서도 실체를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결론 내리면서 제기됐던 여러 의혹은 미궁 속에 남았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 권고 관련 수사단(단장 여환섭 검사장)은 4일 직권남용 혐의를 받은 곽상도 전 민정수석(현 자유한국당 의원)과 이중희 전 민정비서관(변호사)을 불기소 처분했다. 청와대 관계자 등 외부로부터 질책이나 부당한 요구, 지시, 간섭을 받은 사실이 없다는 당시 담당 경찰들의 일관된 진술이 바탕이 됐다.
또 과거사위가 재수사 권고 근거로 들었던 수사외압을 전해들었다는 취지의 청와대 행정관 진술도 조사결과 달랐다고 했다. 해당 청와대 행정관은 수사단 조사에서 과거사위 진상조사단 면담조사시 그 같은 진술을 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른바 ‘별장 성접대 동영상’에 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관련 청와대 개입 의혹도 범죄혐의를 인정하기 어려웠다는 판단이다. 2013년 3월25일께 국과수에 청와대 행정관을 보내 동영상 감정결과를 확인하는 등 수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으로, 곽 전 수석과 이 전 비서관은 고위공직자 비위 감찰 일환으로 협조를 요청했을 뿐이라고 반박해왔다.
수사단은 당시 국과수 원장 등 관계자들이 이미 감정결과를 보낸 상태로 수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에서 감정결과를 설명해준 것이라고 진술한 점 등에 비춰 국과수 감정 및 경찰 수사 개입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수사팀의 부당 인사 조치 의혹도 당시 정권이 바뀌고 경찰청장이 교체되면서 대규모 인사가 있었고 그와 같은 비슷한 경우가 많았다고 판단했다.
논란이 됐던 ‘별장 성접대 동영상’의 청와대 보고와 관련해서도 김 전 차관이 내정됐던 2013년 3월13일 이전까지 정확히 보고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곽상도 의원, 대통령 딸 해외 이주 의혹 제기한 야당 죽이기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은 4일 과거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근무하며 김학의 전 차관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과 관련, “당연한 결과”라며 “수사를 지시한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관계자들에게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곽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대통령 딸 문다혜 해외이주 의혹을 제기한 야당 국회의원을 죽이기 위해 경찰-청와대-과거사위(진상조사단)가 어떤 연락을 주고받았는지 모두 드러났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경찰 범죄정보과 팀장은 2013년3월4일~3월8일까지 3회에 걸쳐 피해 상황 진술서를 피해자로부터 받고서도, 또 모 경찰 간부는 김학의 차관 내정 전에 박지원 의원에게 김학의 동영상을 건네줬다”라며 “인사 검증하는 민정수석실에는 동영상을 입수하거나 내사하는 것이 없다고 허위 보고했다”라고 했다.
곽 의원은 또 “민갑룡 경찰청장은 위 내용을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을 뿐 아니라 이미 경찰 고위간부가 박지원 의원에게 ‘김학의 동영상’을 건네 주었다는 보도가 있음에도 올해 4월2일 국회 정보위 보고 때 경찰 수사팀은 2013년3월19일 ‘김학의 동영상’을 입수했다고 허위 보고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광철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과 이번 수사권고 실무를 담당한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 이규원 검사는 수시로 만날 수 있는 사이라고 고민정 대변인이 밝혔다”라며 “이런 배경을 업고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서 검찰에 철저 수사를 지시했다”라고 강조했다.
남산 3억원은 전달… 명목 등 확인 안돼
신한은행 측이 이명박 전 대통령 축하금 명목으로 이상득 전 의원 측에 3억원을 전달했다는 이른바 ‘남산 3억원 의혹’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그 수령자와 명목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신한금융 사건 관련 위증 혐의로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과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을 불구속 기소하고, 당시 직원 3명을 약식기소했다.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위성호 전 신한은행장 등 8명은 불기소 처분했다.
서울중앙지검 조사2부(부장검사 노만석)는 4일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가 재수사를 권고한 남산 3억원 제공 등 신한금융 사건의 수사결과 이같이 밝혔다.
검찰은 지난 2008년 2월 당시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이었던 이 전 은행장 지시에 따라 직원들이 남산자유센터 주차장에서 불상의 사람에게 현금 3억원을 전달한 사실이 확인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수령자와 수령명목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결론 내렸다. 당시 돈을 전달한 직원들이 이를 받은 사람의 인상착의 등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고 수령자로 지목된 이 전 의원과 그 보좌관들은 이를 전면 부인했다고 밝혔다. 또 이 전 은행장은 남산 3억원 자체가 날조라고 주장하며 관련 사실을 일체 함구해 이를 밝히는데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과거사위가 남산 3억원 의혹 등 신한금융 사건 관련 재판 과정에서 위증한 혐의로 수사권고된 전·현직 임직원 10명 중에서는 이 전 은행장과 직원 A씨 등 2명만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라 전 회장과 이 전 은행장이 신 전 사장을 고소하는 등 경영권 분쟁이 벌어졌는데, 고(故) 이희건 신한은행 명예회장의 경영자문료 명목으로 15억원 상당을 횡령한 혐의 등이었다.
이와 관련해 이 전 은행장은 2009년 4월 이 명예회장의 경영자문료 존재를 알고도 “신한은행 고소 직전(2010년 9월)까지 몰랐다”고 위증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라 전 회장은 남산 3억원 조성 또는 전달을 지시했거나 이 명예회장의 경영자문료 존재를 알았다는 증거가 없어 무혐의 처분됐다. 위 전 은행장도 관련자 진술번복 등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됐다.
최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