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클럽 광고를 보면 항상 유명선수들을 모델로 내세운다. 제조사들과 스폰서십 계약을 한 선수들이다.‘내가 사용한 클럽이 바로 이거’ 라고 하면 이 채를 쓰면 그 선수와 어느 정도는 비슷하게 칠 수 있을게 아니냐고 생각하게 만든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다.
대개 선수들은 전혀 다른 사양의 채를 사용하며 투어프로가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클럽을 아마추어들이 사용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왜냐하면 프로용은 우선 PGA규격에 맞게 사양을 만들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아마추어용은 이 규격의 범위를 벗어나서 거리가 많이 나고 사용하기 쉽게 헤드를 크게하고 샤프트강도와 페이스 반발력도 규정을 어기며 만들게 된다.
일부 아마추어용 채도 ‘PGA 규격에 일치’(in conformance with~)라는 영문 표시가 되어 있긴 하지만 아마추어들로부터 외면받고 대신 거리위주의 비규격의 채를 사게 된다. 정규시합에 이 채를 들고 나갔다가는 경쟁상대로부터 실격패 신고의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
프로에게 클럽은 몸의 일부와 같다.
클럽 제조사들은 그들이 스폰서하는 선수들이 원하는데로 특별 맞춤채를 여러 벌 만들고 그들의 브랜드를 붙인다.
따라서 일반매장 매대에 있는 채는 프로보다 대개 아마츄어들을 위한 모델들이다. 물론 박인비처럼 일반 아마츄어용 채를 쓰는 선수도 있다.
LPGA 한국선수들의 부모는 딸이 사용할 채에 대해 극성스러운을 정도로 신경을 쓰고 있다고 한다. 박세리가 사용 한 채도 여러번의 시타를 거쳐서 만들고 또 다시 고쳐서 만들었다고 전해 진다.
뿐만 아니라 4~6개월 사용하고 나서 또 다시 새로운 채로 바꾸기도 한다.
선수들이 몇 달만 사용하면 그 만큼 성능이 감소할 수도 있는데, 금속재질은 치면 칠수록 금속 구성분자에 보이지 않는 크렉이 생기고 피로도가 쌓여서 탄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제조사들은 선수에게 최적상태의 채 최고의 성능이 나오는 채로 제공해야만 좋은 성적이 나올 수 있고 또 우승하면 그들 브랜드의 판매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골프채를 그 선수에 맞게 제작하는 과정은 작업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최소 약 300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즉 최소 두 달간 집중작업을 해야 선수의 스윙특징에 부합하고 선수기량을 최대한으로 높일 수 있는 채 한 세트가 탄생한다고 한다.
수 많은 시타와 수정과정까지 합하면 수 개월이 걸릴 수도 있다.
1991년 탐 위숀(Tom Wishon)은 페인 슈튜어트(Payne Stewwart)가 시합에서 사용할 채를 제작하면서 약 6개월간 네 번이나 그의 공방을 직접 방문하고 완성한 제품에 대해서도 샤프트 옵션변경 등이 계속되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시타를 하면서도 그 느낌과 조정되어야 할 코멘트가 계속 이어졌다고 한다.그야말로 짜증 날 정도로 까다로운 맞춤주문 고객인 셈이다.
모든 투어프로들은 최소 2 세트 이상의 동일한 골프클럽을 필요로 한다. 한 세트는 갖고 다니며 투어를 뛰고 나머지 한 세트는 분실 혹은 파손 등 만일의 돌발사태에 대비하여 안전한 곳에 예비로 보관하게 한다.
따라서 풀세트내 각 채의 정확한 사양과 프로파일을 만들어서 관리하고 모양(shape)의 사진도 찍어 둔다. 추후 재제작을 위해 백업 해 두는 것이 원칙이다. 캐디와 선수 클럽 제작사의 세 파트너간의 삼위일체 긴밀한 공조가 수반되는 까다로운 장비관리라고 할 수 있다.
자동차 경주에서 레이서가 최대의 기량으로 그 차의 최대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자동차 메이커, 타이어 제조사와 정비사들의 일사불란한 일심동체 정비동작을 볼 수 있다. 골프선수 한 명을 스폰서하는 클럽 제조사와 캐디, 선수 본인과의 체계적인 공조가 우승을 이끄는 원동력인 셈이다.
클럽에 관한 한 아마와 프로의 다른 점은 프로들에게는 채가 선수의 특성에 맞추려고 모든 기술을 집약하지만, 아마추어는 골퍼가 채의 특성에 맞게 스윙하려고 끊임없이 연습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골프볼은 아마용 프로용이 따로 있을까.
타이틀리스트 측에 의하면, 스윙 스피드가 다르면 거기에 맞게 볼을 제작해야 하지 않을까 여길수 있지만, 볼은 모든 스윙 스피드에 맞게 제조 되어서 아마용과 프로용 또는 남녀용 구분이 없이 동일하게 만든다. 단지 다양한 사양의 볼 중에서 자기에게 맞는 볼을 선택해서 쓰면 될 뿐이다.
제조사 홍보처럼 만능채는 없다.당신의 스윙을 맞추어 가야할 채가 따로 매장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