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장에 특활비 36억 받은 혐의
검찰 “부정행위 엄중하게 단죄해야”
1심 “3년 걸쳐 30억 받아” 징역 6년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상납받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은 박근혜(67) 전 대통령이 항소심에 또 불출석했다.
박 전 대통령 없이 진행된 항소심에서 검찰은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구회근)는 20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 항소심 공판을 진행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 이어 이날도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이에 재판부는 “2회 불출석이라 공판을 진행하겠다”며 피고인 없이 이뤄지는 궐석 재판으로 진행했다.
검찰은 국고손실과 뇌물 혐의 모두 유죄에 해당한다며 징역 12년, 벌금 80억원, 추징금 35억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 사건의 실체는 국정원 특활비를 사실상 증빙자료 없이 편성해 은밀히 교부받은 중대한 직무범죄”라며 “특활비의 비밀성을 매개로 이뤄진 대통령과 국정원장의 부덕한 유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가 원수였던 박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상시적으로 뇌물을 수수해 대통령의 직무 공정성과 청렴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렸다”면서 “박 전 대통령은 이 사건 범행을 부인하면서 법정에 불출석하고, 대통령의 책임 있는 답변과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지위에 맞는 것은 과오가 있으면 바로 잡고 진실을 밝히는 것 아닐까 한다”며 “이 사건 재판으로 부정행위에 엄중히 단죄함으로써 대통령과 국정원의 유착을 끊고, 각자 예산에 대한 굳건한 재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변호인은 “박 전 대통령은 18대 대통령에 취임해 사회 발전을 위해 헌신을 다했고, 오랜 기간 정치인으로 활동하며 뇌물이나 부정한 정치자금을 수수해 처벌받은 적도 없다”면서 “사실관계에 의해도 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 특활비를 사적인 목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사적 사용도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 “무엇보다 국정원에서 청와대로 자금을 전달하는 관행이 존재한 것으로 보여 이 사건도 그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박 전 대통령은 고령이고 수형생활을 지속하기 힘들 정도로 건강이 매우 나쁜 점을 참작해달라”고 말했다. 아울러 변호인은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 항소심 선고에서 이들이 ‘회계관계직원’이 아니기 때문에 국고손실죄에 해당하지 않다고 판결한 것을 근거로 박 전 대통령의 국고손실죄 역시 무죄라고 주장했다.
특가법 법률 제5조(국고 등 손실)에 따르면 회계관계직원 등 법률에 규정된 사람이 손실을 입힐 것을 알면서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하면 가중처벌한다. 회계관계직원 등의 책임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카목에는 회계관계직원을 ‘그 밖에 국가의 회계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전직 국정원장 3인의 항소심은 이들이 해당 법률에 규정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특가법 적용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도 이런 점에서 대통령 역시 ‘회계관계직원’이 아니므로 무죄라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의 선고 공판은 다음달 25일 오후 2시에 진행된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3년 5월부터 2016년 9월까지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국정원 특활비 총 36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박 전 대통령은 약 3년에 걸쳐 30억여원 상당의 특활비를 받았다”며 국고손실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6년에 추징금 33억원을 선고했다. 다만 뇌물 혐의는 “특활비가 직무 관련 대가로 지급됐다는 점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무죄로 봤다.
박 전 대통령 측은 항소하지 않았고 검찰만 항소했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은 현재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심리 중이다. 박 전 대통령은 대기업들에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강요하고 삼성으로부터 정유라씨 승마지원 등 뇌물을 받은 혐의로 2심에서 징역 25년에 벌금 200억원을 선고받았다.
또 2015년 11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 친박계 인물들이 당시 새누리당 경선에 유리하도록 공천에 개입한 혐의는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상고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최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