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첫 5개년 ‘호스피스·연명의료 종합계획’ 발표
가정형·자문형 호스피스 서비스 기관 5년내 2배 확대
서비스 대상자↑… 4개 질환 한정→질환군별 말기환자
환자들이 병원을 벗어나 원하는 곳에서 임종을 맞을 수 있도록 앞으로 5년간 가정과 일반병동 대상 호스피스 서비스 기관이 2배 늘어나고 대상 질환도 현재 4개에서 장기별 말기 질환으로 확대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1일 ‘국가호스피스연명의료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런 내용의 ‘제1차 호스피스·연명의료 종합계획(2019~2023년)’을 처음으로 마련했다고 밝혔다.
호스피스·완화의료는 말기나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와 가족의 신체적, 심리·사회적, 영적 고통 경감에 중점을 두는 의료서비스다.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게는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 치료효과 없이 임종 기간만 연장하는 연명의료가 이뤄진다. 연명의료는 환자 본인(사전연명의료의향서)이나 가족 등의 동의를 얻어 중단할 수 있다.
정부는 2011년 ‘암관리법’으로 말기 암환자부터 호스피스 서비스를 제도화하고 2016년 ‘연명의료 결정법’ 제정에 따라 대상·유형을 확대하고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할 수 있게 했다.
가정에서도 완화치료…서비스 대상도 질환군별로 확대
이번 종합계획은 호스피스·연명의료 분야 첫 법정 계획으로 ‘국민의 존엄하고 편안한 생애말기 보장’을 위해 ▲호스피스 서비스 접근성 제고 ▲연명의료 자기결정 보장 ▲생애말기 환자·가족 삶의 질 향상 등을 목표로 수립됐다.
우선 입원형 중심인 서비스 유형을 현재 시범사업 평가를 거쳐 가정형(2020년), 자문형, 소아청소년형(이상 2021년) 등으로 다양한 유형으로 확대한다.
특히 복지부는 호스피스 전문팀이 환자 가정을 방문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정형 기관과 전문팀이 급성기 일반병동이나 외래, 응급실 환자를 대상으로 제공하는 자문형 기관을 향후 5년 후인 2023년까지 2배가량 확충하기로 했다. 지난해 33개인 가정형은 60개, 25개인 자문형은 25개에서 50개까지 늘리는 게 목표다.
나아가 가정형 서비스 제공범위에 사회복지시설 등 지역사회까지 확대하고 한국형 소아청소년 호스피스·완화의료 모델을 2020년까지 시범사업을 거쳐 구축하기로 했다.
그간 암 사망자의 호스피스·완화의료 이용률이 2008년 7.3%에서 2017년 22%로 약 3배 증가하고 올해 5월 기준 5만291명이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하는 등 서비스가 확대됐다.
그러나 호스피스 서비스는 입원 중심 전문완화의료 단일단계·단일유형 서비스에 치중돼 있어 서비스 접근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지난해 기준 158개 서비스 제공 기관의 절반 이상(53.2%)인 84개 기관이 입원형이었다.
현재 암, 후천성면역결핍증, 만성폐쇄성호흡기질환, 만성간경화 등 4개 질환으로 한정된 호스피스 대상도 확대한다.
지금은 특정 진단명에 대해서만 완화치료가 건강보험 등으로 제공되는데, 이를 폐나 간 등 장기별 질환군을 중심으로 경과 상 합병증이 동반돼 사망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질환말기’에 이르면 완화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범위를 넓힌다는 의미다.
복지부는 세계보건기구(WHO) 권고나 국제 동향 등을 고려해 완화치료 서비스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WHO는 성인의 경우 심혈관질환, 신부전, 당뇨, 알츠하이머, 치매, 류마티스 관절염, 후천성 면역결핍증 등 13개 질환(소아 8개 질환)에 대해서도 완화치료를 제공하도록 권하고 있다.
지역별 서비스 수요·공급분석을 통해 부족지역은 공공의료기관 등을 중심으로 호스피스 전문기관 지정을 확대, 지역별 편차를 해소한다.
호스피스 전문기관 평가에서 미흡 판정을 받은 기관에 대해선 지정 취소 및 일정기간 재지정 제한, 현장 방문교육, 운영상담 등을 시행하고 우수기관엔 평가를 유예해주는 방식으로 서비스 질 관리를 강화한다.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 전문인력별 서비스 표준을 재정립하고 표준교육 과정을 개편해 인력의 전문성도 높인다.
연명의료 자기 결정권 폭 넓힌다…서비스 질 향상
연명의료 결정제도를 정착하고 더 활성화할 수 있도록 연명의료 결정을 위한 기관 요건인 의료기관윤리위원회 설치 기관을 현재 198개에서 2023년 800개까지 확대한다. 올해부터 소규모 의료기관이 공용윤리위원회 협약 시 예산을 지원한다.
연명의료 상담 제공 및 결정·이행 등에 대해 건강보험 수가를 반영하고 임종기 돌봄계획 상담 기회를 높이기 위한 표준 모형 개발 및 절차 개선을 추진한다.
환자들이 사전에 연명의료 중단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연명의료에 관한 의사를 미리 밝혀두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거주지에서 작성할 수 있도록 등록기관을 확대한다.
‘찾아가는 상담소’를 보건소나 의료기관 중심으로 운영해 현재 19.6%에 달하는 취약지 비율을 2023년 0%로 낮춘다.
의료기관윤리위원회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의 체계적 보고 및 평가 방안 마련 등 질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호스피스 기관과 마찬가지로 제공인력 전문성 강화를 위한 온라인 등 교육체계 다변화, 의료인 보수교육 등도 추진한다. 아울러 호스피스와 연명의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생애말기에 대한 지원을 확대한다.
호스피스·연명의료 제도 통합 홍보와 노인복지관 등 찾아가는 지역사회 홍보, 주기적 인식조사가 올해부터 이뤄진다. 의료인의 제도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의료인 국가시험, 전공의 수련 등 교육과정에 반영하고, 전문학회 연계 등 홍보를 강화한다.
환자 가족의 돌봄부담을 완화할 수 있도록 호스피스 전문기관의 특성에 부합하는 보조활동인력 등 운영을 활성화한다.
아울러 존엄하고 편안한 생애말기를 위해 호스피스와 연명의료결정제도를 생애말기 돌봄으로 통합하고 장기요양보험과 보건소 방문건강관리사업, 지역사회 통합돌봄(커뮤니티케어) 시범사업 등 다양한 분야가 협력하는 ‘생애말기돌봄 전략’ 수립에 나선다.
의료기관에서 질환에 관계없이 생애말기 환자 대상 통증관리, 임종관리 등을 제공하는 일반완화의료 모형을 내년부터 개발하고 단계적으로 도입한다. 임종환자의 임종실(1인실) 이용 건보적용, 통증관리를 위한 마약성진통제 별도 보상 등 생애말기 건강보험 지원도 추진한다.
권역별 호스피스센터를 8개소에서 전체 권역별로 단계적으로 늘리고 권역 내 의료기관윤리위원회 지원을 위해 거점 의료기관윤리위원회 운영과 공용윤리위원회 지정을 확대해 나간다.
호스피스와 연명의료 제도의 국가통계 구축 등 정책분석을 강화하는 등 서비스 이용·기관 관리 등을 위한 정보시스템도 고도화한다.
윤태호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생애말기는 환자와 가족의 신체적·심리적 고통, 돌봄 부담 등이 급증하는 시기로 의료·복지 돌봄과 지원이 필수”라며 “이번 계획을 계기로 호스피스 서비스의 확충, 연명의료결정제도의 정착 등 생애말기에 대한 체계적 지원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이한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