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출이 1년 만에 6000억달러를 밑돌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지난달 27일 내놓은 ‘2019년 상반기 수출입 평가 및 하반기 전망’에 따르면 연간 수출액은 6.4% 감소한 5660억달러, 수입은 4.1% 줄어든 5130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우리 수출은 사상 최초로 6000억달러를 뛰어넘어 6049억달러를 기록한 바 있다.
무역수지는 수출이 수입보다 더 큰 폭으로 감소해 전년보다 축소된 530억달러 흑자를 예상했다.
주요 품목 중에서는 반도체가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IT기업의 데이터센터 투자 지연 등으로 수출 회복시점이 4분기 이후로 늦춰질 것으로 봤다. 연간 수출액도 전년보다 21.1% 감소해 1000억달러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석유화학은 북미 신증설 설비의 가동, 석유제품은 국제유가 하락과 대규모 정기보수 등으로 10% 안팎의 수출 감소세가 예상된다. 철강제품은 글로벌 수요 정체, 중국 생산 증가에 따른 단가 하락, 미국 등의 수입규제 강화로 하반기 수출 감소폭이 확대될 전망이다.
반면 자동차, 자동차부품, 일반기계, 선박 등은 하반기 중 수출 증가를 기대해 볼 만하다고 진단했다.
자동차는 미국 경제의 성장세 지속,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및 친환경차 수출 확대, 신차 효과 등에 힘입어 연간 5.2%의 수출 증가율이 기대된다. 선박은 2017년 수주한 선박의 인도 및 액화천연가스(LNG)·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의 수출 호조가 예상되고 일반기계도 미국·인도 등 주요 수출시장의 인프라 및 설비투자 확대로 전년 수준을 웃돌 전망이다.
상반기 수출은 중국 제조업 경기 둔화와 주력 품목의 수출단가 하락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수출가격이 하락한 반도체, 석유 관련 제품이 상반기 전체 수출 감소의 80% 이상을 차지했다.
국가별로는 전체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이 두 자릿수의 감소율을 기록하면서 총수출 감소세의 절반 이상을 점유했다.
문병기 수석연구원은 “하반기에도 우리 수출은 빠른 회복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환율·유가·금리 변동성 확대 등 단기 리스크에 적극 대응하고 신남방·신북방 시장 개척, 소재·부품산업 고부가가치화, 소비재·신산업 수출 경쟁력 강화 등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지난달 수출금액지수가 3년1개월 만에 최대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물량지수도 반등한지 한 달 만에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수출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1년6개월째 악화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6일 발표한 ‘5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금액지수는 110.06(2015=100)으로 전년동월대비 10.7% 하락했다. 지난해 12월부터 6개월 연속 하락한 것으로 2016년 4월(-13.4%) 이후 3년1개월 만에 낙폭이 가장 컸다.
수출금액 하락을 주도한 품목은 반도체를 포함한 컴퓨터, 전자 및 광학기기(-25%)였다. 반도체 등 집적회로의 수출금액은 전년동월대비 29.8% 빠져 지난 2009년 3월(-39.8%) 이후 10년2개월 만에 하락폭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 한은 관계자는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고 액정표시장치(LCD) 수출물량이 줄어들면서 수출금액 하락폭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김성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