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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사기는 필요악인가

하림산책 - 박하림(수필가 / 전 (주) 휴비츠 고문)
보직교수여서인가 한 번도 봉직중인 대학을 향해 불평을 한 적이 없는 아들이 10년째 봉급이 동결돼 오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설마 그토록 무리한 정책을 방치해오고 있을까 싶은데 최근 항간에 화제가 되고 있는 ‘PC’라는 ‘고등사기극 con-art’이 떠오른다.

대학교수의 보수를 묶은 게 아마도 대학등록금을 동결하고서 시작된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런 조치는 MB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에서 비롯되었다. 등록금 인상을 막아줌으로써 가계의 재정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는 정부의 거창한 명분은 서민층의 환영을 받았으나 정부 일방적인 위선이었다. 

그렇게 표방하는 선과 실제 행동의 결과가 상반됨에도 불구하고 그 가치가 대단한 것으로 치부하는 위선을 그럴 듯한 명분이나 가치로 포장한 사기극을 PC(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옳음 또는 Political Con 정치적 사기)라고 한다. 어떤 사람은 미리 음모한(plotted) 사기라서 사기극(con-art)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부른다.

지금 대학들은 저런 사기극으로 쌓인 만성적자 때문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러나 그 사기극이 워낙에 환영받는 정책이라서 대학존립에 심각한 영향을 줌을 알면서도 멈추지 못하는 것이다. 
모든 물가나 임금이 해마다 오르는데 대학등록금을 인상하지 못하게 강제하는 것은 민주주의경제를 하는 게 아니다.

더구나 인기가 없는 정권이 선한 정책이라고 내세운 선심정책이 다분히 인기영합의 의도를 숨긴 것이라면 그건 계획된 사기인 것이다. 

그런 유의 정치적 사기극이란 인류역사상 가장 선한 의도를 표방하여 노동자 농민은 물론 지식인까지 현혹시킨 공산주의사상이었다. 이론적으로도 벅찬 평등한 삶과 사회를 지상낙원으로 건설한다는 장담은 고도의 정치사기극이었다. 

공산주의는 허무하게 대중에 의해 무너졌고, 지금 러시아에는 백만 명의 청소년이 떠돌이생활을 하고 있다. 정치적 사기극의 이면은 그토록 모순된 그늘이 짙은 것이다.
그러므로 등록금인상의 동결이라는 정치적 선심을 쓰느라 대학의 재정을 파탄지경으로 몰아가고 급기야 교수 봉급을 장기간 묶어 생계를 불안하게 만든 것은 PC의 횡포다.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사람이 갈수록 몰염치해지고 제 잇속 챙기기에만 급급해지면 모든 분야에 PC 현상이 만연되리라는 것이다.
 요즈음 부쩍 잦고 극렬해진 민노총의 폭력시위가 그 좋은 예다. 노총의 깃발에는 항상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고 행사하여 보다 잘사는 삶을 보장한다는 신조가 쓰여 있다. 
그건 노동자들에게 희망의 복음이고 쟁취해야할 목표이며 영구한 이상이다. 해서 PC로 당의를 입혔음에도 그 사기극에 꼭두각시가 되어 순교도 마다하지 않는다.

민노총의 창립선언문을 보면, 첫머리에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노조의 창립’을 한다고 선언하고, 그 강령에는 첫줄에 ‘민주적인 노동조합운동의 역사와 전통을 계승, ’참된 민주사회를 건설한다.‘고 쓰여 있다. 그 민주적이라는 PC는 요식의 일환이거나 전시용 취지에 불과할 뿐인지 노총은 폭력시위를 벌이는 것을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그건 눈뜨고 아웅 하는 사기극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 

집권층이 진실하고 유권자가 두렵고 진정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려고 최선을 다 하는 양이면 절대로 우선 먹기에 곶감이 달다는 식으로 곶감을 PC의 선으로 먹여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건 경제가 어려운 현실을 외면할 뿐 난국타개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정부가 자체의 정책판단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대승적 자세로 잘못된 길에서 돌아서야 마땅함에도 고집스럽게 애초에 국민을 오도한 PC를 고집하는 것에 4대강 수중보의 철거와 원자력발전소의 점차적 폐쇄가 있다. 

전자는 사려 깊지 못한 환경론자들의 주장에 매몰돼 수질악화를 막아 깨끗한 물을 마시게 한다는 등의 공의를 PC로 제시했는데 지금에 와서는 수중보 철거는 수질악화와 상관없이 농수나 식수공급을 악화시킬 거라는 결론으로 여당대표조차 철거를 철회하라고 나섰다. 

원전의 경우도 그 정책이 얼마나 비현실적이고 전력수급에 심각한 차질을 초래한다는 과학적 증거에도 불구하고 당초에 오판한 PC를 철회하려하지 않는다.
 아, 도처에, 특히 정치에 정치적사기가 수단화해서 국민을 오도하고 분열시키며 혼란시키는 일이 하루속히 광정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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