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 사망 1년전 의료비 48% 마지막 3달 ‘집중’
10명중 6명 집에서 임종 희망… 실제론 14% ‘불과’
생애 말기에 다다를수록 의료 이용 빈도가 늘면서 사망 전 한 달간 의료비가 이전 1년 월평균보다 2.5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 대부분은 집처럼 익숙한 곳에서 가족과 함께 편안한 임종을 맞기를 희망하지만 실제 가정에서 생을 마감한 사람은 7명 중 1명에 그쳤다.
지난달 2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7년 사망자 27만6991명이 1인당 사망 전 1개월간 부담한 의료비는 총 403만5000원으로 집계됐다. 사망 전 1년간 월평균 의료비(157만원)보다 2.57배 부담이 컸다.
암 사망자 8만8661명의 경우 숨지기 전 1년간 지출한 의료비(2652만9000원)의 절반에 가까운 1272만5000원(약 47.9%)이 사망 3개월 전에 집중됐다.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하기 어렵고 급속도로 증상이 나빠지는 임종 과정에 가까워질수록 고통 완화나 돌봄 대신 불필요하게 임종 기간만 연장하는 진료를 지속하는 의료행위가 잦아진다.
실제 2017년 환자의 의료이용 빈도를 사망 6개월 전과 1개월 전으로 비교해보면 CT(컴퓨터단층촬영)·MRI(자기공명영상)·PET(양전자단층촬영) 촬영률은 18.0%에서 38.7%, 중환자실 이용률은 2.3%에서 20.0%, 인공호흡기 착용률은 0.7%에서 16.5%, 심폐소생술은 0.1%에서 14.8% 등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의료 부담이 늘어나는 생애 말기, 환자 본인 의사대로 생을 마무리하기도 쉽지 않다.
2014년 국립암센터 조사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싶은 장소로 응답자의 60.2%가 집을 꼽아 의료기관이라고 답한 비율(37.9%)보다 1.6배 가까이 많았다.
그러나 2017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환자 76.2%는 생을 의료기관에서 마무리했으며 가정에서 임종을 맞은 사람은 7명 중 1명(14.4%)에 그쳤다. 암 환자 가운데 가정에서 임종을 맞은 비율은 6.2%로 더 적었다.
임종에 대한 준비도 제한적이었다.
국가생명윤리정책원이 올해 진행한 ‘죽음과 연명의료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 국민의 65%는 3개월 이전에 임종 가능성을 알고 싶어했으나 실제 정보 제공은 수일 전(62%)이나 당일(15%) 이뤄졌다. 사람들이 생애 말기 ‘다양한 서비스와 협력적 돌봄 제공(41%)’, ‘환자 존중과 의사결정 공유(30%)’, ‘정확한 정보 전달(19%)’ 등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한 건 그래서다.
그나마 고령층이 죽음에 앞서 대비하는 것도 묘지(25%)나 상조회(14%), 수의(8%), 유서작성(0.5%) 죽음 준비교육(0.4%) 등 사후과정에 집중돼 있을 뿐(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 생애 말기 자체에 대한 준비는 부족한 상태다.
통계청 조사상 의료기관에서 임종을 맞은 이유로 ‘가정에서 적절한 의료서비스 제공 불가(33%)’, ‘임종 돌봄에 불편한 주거환경(20%)’, ‘돌봄 인력 부재(19%)’, ‘임종 돌봄에 대한 불안감(16%)’ 등이 꼽힌 걸 보면 우리 사회 환경 자체가 임종에 유리하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생애 말기 각종 부담은 개인과 가족이 떠안아야 한다.임종기 환자와 보호자들(지난해 고려대 조사)은 생애 말기 필요한 요소로 돌봄(92%), 편의시설(91%), 안락한 병실 환경(89%), 1인실 건강보험 적용(85%), 임종 관련 교육 및 정보제공(80%) 등 지원체계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황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