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연구진, 뇌 면역세포의 기능 상실 원인 발견
대사시스템 조절 통한 뇌 면역세포 기능회복 효과 확인
국내 연구진이 뇌 면역세포의 기능 회복을 통한 알츠하이머병의 예방 및 치료 가능성을 확인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서울대 묵인희 교수, 백성훈 박사, 강석조 박사 연구팀이 뇌 면역세포인 미세아교세포가 알츠하이머병에서 기능을 상실하는 원인을 규명하고, 면역 기능을 회복시켜 치료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학술지 ‘셀(Cell)’의 자매지인 ‘셀 메타볼리즘’에 게재됐다.
알츠하이머병은 노인성 치매의 70%를 차지하는 질환이다. 뇌 실질에 비정상적으로 축적되는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에 의해 신경세포가 손상되며, 기억력을 포함한 인지기능이 점진적으로 악화되는 만성 퇴행성 신경질환이다.
뇌 면역세포인 미세아교세포는 평상시 주변을 탐지·보수하는 신경교세포인데,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원인물질 중의 하나인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감지하면 활성화돼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포식·분해하는 청소부 역할을 한다.
현재 미세아교세포의 기능은 알려져 있지만 면역기능이 어떻게 활성화되고 알츠하이머병에서 어떻게 기능을 상실하게 되는 지에 대한 정확한 기전은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미세아교세포가 베타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생성하는 대사과정을 실시간으로 확인해 알츠하이머병에서 미세아교세포의 역할을 규명했다.
실험 결과, 미세아교세포는 베타 아밀로이드에 노출되면 에너지 생성 속도를 높여 베타 아밀로이드를 포식·분해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얻는다는 것이 확인됐다. 베타 아밀로이드 처리 직후 미세아교세포의 해당과정이 빠르게 증가한 반면 미토콘드리아 산화적 인산화는 감소하는 대사 재편성이 발생했다. 이를 통해 미세아교세포의 염증사이토카인 분비, 대식작용 등으로 면역능력이 활성화되는 것을 확인했다.
반면 만성적으로 베타 아밀로이드에 노출된 알츠하이머병 뇌 조직의 미세아교세포는 산화적 인산화와 해당과정이 모두 손상돼 에너지 생산을 못하는 대사결손 상태에 이르고, 이로 인해 면역기능 장애가 발생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에 연구진은 대사촉진기능이 알려진 감마인터페론을 유전자 변형 치매 마우스에 처리해 대사결손 상태였던 미세아교세포의 해당과정을 회복시키고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포획하는 면역기능이 다시 활성화되었고, 인지능력 또한 회복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 결과는 알츠하이머병에서 뇌 면역세포인 미세아교세포가 어떤 대사과정을 통해 베타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지를 규명한 것으로 미세아교세포의 대사 촉진을 통해 알츠하이머병을 치료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묵인희 교수는 “현재 임상적으로 알츠하이머병에 사용되는 약물은 근본적 치료제가 아닌 증상 완화제 뿐이고 그동안 신경세포의 사멸을 막고, 활성화시키는 연구가 진행됐지만 임상시험에서 실패했다”며 “신경세포가 아닌 뇌 면역세포의 조절을 통한 뇌 환경의 정상화 가능성을 보여줘 향후 알츠하이머 극복에 다가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경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