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4일 “지난 문재인 정권 2년, 반대파에 대한 탄압과 비판세력 입막음의 연속이었다”고 현 정권을 비판하면서 이를 ‘신(新)독재’로 비유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지금 우리 국민들은 ‘불안의 시대’에 살고 있다”며 “붉은 수돗물은 말 그대로 공포이고 언제 나의 일자리가 사라질지 모른다. 언제 또 세금 폭탄이 떨어질지 모르고,전기료, 보험료가 폭등할지 모른다. 경제 위기는 삶의 불안을 가중시킨다”고 일일이 나열했다.
또한 “기업들도 비관에 빠져 있다”며 “미중 무역갈등의 폭풍 앞에 기업은 무방비 상태다. 최악의 한일관계는 급기야 통상보복으로 이어졌다. 이것은 재앙이다. 기업은 절망하고 있다”고 정부를 원망했다.
그는 “정치 불안은 거의 공포 수준”이라며 “대통령이 나서서 국민을 쪼개고 가른다. 6·25 전사자 앞에서 김원봉을 추켜세웠다. 스스로 대한민국 대통령임을 망각하는 발언이었다”고 혹평했다.
나 원내대표는 “자유가 없는 민주주의가 오히려 독재 수단으로 오용되고, 독재자가 선거를 악용해 득세한 사례를 역사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며 “문재인 정권 역시 국민의 자유와 기본권이 아닌, 이 정권의 절대권력 완성을 위해 민주주의를 악용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것이 바로 이코노미스트지가 말한 ‘신독재’ 현상과도 부합한다”고 했다.
이어 “정권을 비판하면 독재, 기득권, 적폐로 몰아간다”며 “대통령이 앞장서서 분노의 여론을 자극하고 증오의 정치만을 반복해왔다”고 주장했다.
특히 “절대 권력 완성에 방해가 되는 세력과 기관은 철저하게 탄압하고 장악하고 있다”며 “공영방송을 정권 찬양방송으로 전락시켰고, 대법원, 헌법재판소를 착착 접수해가고 있다. 이 사회 전체를 청와대 앞에 무릎 꿇리겠다는 것”이라고 분개했다.
그러고는 “마지막 퍼즐은 지난 패스트 트랙 폭거로 현실화됐다”며 “제1야당을 완전히 궤멸시키기 위한 선거법을 여야 합의도 없이 다수의 논리로 밀어붙인다. 야당의 당연한 저항에 저들은 빠루와 해머를 들고 진압했다”고 규탄했다.
나 원내대표는 “차베스의 집권과 절대 권력화도 민주주의 제도 위에서 이뤄졌다”며 “이대로라면 문재인 정권도 방심할 수 없다. 독재는 스스로 독재임을 인지하지 못한다”며 야당의 경고에 귀 기울이라고 쏘아 붙였다.
지속가능한 복지, 지속가능한 국가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작지만 강한 정부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정부는 과도한 개입을 줄이고 민간을 신뢰해야 한다”며 “모든 것을 정부가 정해주고 통제할 수 있다는 ‘치명적 자만’은 경제의 치명적 몰락으로 이어진다. 정부의 걷잡을 수 없는 비대화도 막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안보, 치안, 보건, 교육, 인프라 건설 등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은 분명히 있다”며 “하지만 사회 곳곳을 무분별하게 대체하려는 정부는 결코 우리 헌법이 허락한 정부가 아니다. 그것이 바로 베네수엘라를 몰락시킨 좌파 포퓰리즘 정부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포퓰리즘 정책 사례로는 ‘문 케어’를 지목하면서 “무분별하게 혜택을 늘려 의료시장을 붕괴시키고, 급격하게 고갈되어가는 재원을 채우기 위해 결국 건강보험료 폭탄을 터뜨리고 있다”고 했다.
나 원내대표는 “비현실적 공약으로 국민의 환심을 사고뒷수습은 국민에게 떠넘긴다”며 “문케어가 바로 좌파 복지 정책의무능과 무책임이라는 민낯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 정부가 조급증을 내는 추경도 곳곳에 총선용 퍼주기 사업이 끼워져 있고, 통계조작 세금일자리 예산이 숨어있다”며 “이번 임시국회에서 낭비성 추경을 모두 걸러내고 재해재난과 민생을 위한 예산만 남기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각종 실정을 은폐·축소하려는 의혹에 대해 “조작정권”이라고 규탄하고 국정조사도 재차 요구했다.
나 원내대표는 “북한 동력선 삼척항 입항 사건은 우리 경계실패의 실상이 드러난 충격적 사건인데다 권력에 의한 조직적 은폐, 축소 정황마저 드러났다”며 “국방부 합동조사단 발표는 청와대 각본·연출의 퍼포먼스에 불과하다. 아무도 믿지 못할 셀프 면죄부 조사에 불과하다”고 폄훼했다.
그러면서 “정의용 안보실장, 서훈 국정원장 등 안보라인은 즉각 경질되어야 한다”며’당연히 청와대, 국정원, 국방부, 통일부 등 관련 기관 전부를 대상으로 한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교과서 조작 사건과 관련해서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라고 기술하고 북한은 ‘국가 수립’으로 기술하는 편향성은 별론으로 하고서라도, 집필자를 배제하는 것도 모자라 심지어 도장을 훔치는 문서 조작까지 사주했다”며 “국정교과서 집필, 출판, 인쇄 제도 전반에 걸친 국정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2년 2개월이 지났지만 지금 경제, 안보, 외교, 민생을 보면 모든 분야에서 퇴보를 거듭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가 집권 중반기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제는 독선과 아집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이대로 일방통행만 거듭한다면 대한민국은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부서질 것”이라며 “자유한국당이 앞으로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자유와 책임의 정치로 경제를 살리고, 안보 위기를 극복하고, 나아가 민생을 회복하겠다”고 다짐했다.
신재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