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 발표될 것으로 예정됐던 인구 정책이 또 한 번 미뤄졌다. 정년 연장 등 논란의 소지가 큰 문제와 관련해 우리 사회의 수용도를 높이는 쪽으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고민에서다.
정부는 늦어도 다음달 중에는 일차적인 결과물을 내놓기로 다시 한번 약속했다. 법적 정년을 추가로 연장하는 것보다는 고령 인구를 재고용하는 기업에 인센티브(incentive)를 제공해 자발적 고용 연장을 유도하는 방안이 주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가 3일 오전 열린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확정·발표한 ‘2019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는 지난 3월 인구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꾸려진 인구 정책 태스크포스(이하 인구 TF)의 논의 결과가 구체화되지 않았다.
당초 기재부 1차관을 팀장으로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교육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 부처 1급 공무원들로 만들어진 인구 TF는 지난달 말까지 1차 논의 결과를 내놓을 방침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26일 열린 경제활력대책회의에 관련 안건은 비공개로 상정되면서 공개되지 않았다. 당초 기재부는 1차 결과가 7월 초께 발표될 수 있을 것이란 입장이었지만 재차 미뤄졌다.
정부는 3분기 중 단기적으로 추진 가능한 과제를 선정해 우선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단기 과제 외 중·장기 과제는 사회적 수용성을 높여 추진 동력을 확보하는 작업을 병행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방기선 기재부 차관보는 지난 1일 브리핑에서 “당초 7월 발표였지만 예산 등 검토해야 할 부분이 있어 3분기로 여유를 뒀다”며 “빠르면 7월, 늦어도 8월엔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정년 연장 논의는 앞서 지난 5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정년 연장과 고령 인구 재고용 등 제도적 이슈에 대해 폭넓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 언급하면서 불이 붙었다. 홍 부총리는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인력이 매년 80만명씩 노동시장 밖으로 유출되지만 6~14세 인구가 유입되는 규모는 40만명에 불과하다”며 “노후 대책이 미흡한 베이비부머 세대의 일자리 문제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같은 문제 인식은 생산가능인구가 지난 2017년 이미 정점을 직은 후 내년부터 연평균 30만명씩 급감하기 시작할 것이란 통계청 추계에 근거한다. 2017년 기준 전체 인구의 73.2%를 차지했던 생산가능인구는 지속해서 감소해 2056년에는 50% 아래로 그 비율이 떨어질 전망이다. 고령 인구는 급속하게 늘어나는 반면 ‘일할 인구’는 줄어드는 ‘인구 절벽(Demographic Cliff)’이 눈앞에 다가왔다는 분석이다.
대략적으로 공개된 밑그림을 보면 정부는 기업이 정년 후 고용 연장을 확대하도록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업이 자발적으로 정년 후 근로자를 재고용하도록 사업주 지원 제도를 설계하는 등의 방식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60세 정년 의무화 역시 장기간에 걸쳐 이뤄진 데다 아직 정착되지 않은 점을 고려해 정년 추가 연장은 장기적으로 검토가 필요하다”며 “법적 정년 연장보단 기업이 자발적으로 고령자 고용을 늘리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고령자 고용 지원금 제도의 확대 여부도 검토 중이다. 현재 정부는 정년이 설정되지 않은 사업장에서 60세 이상 고령자를 업종별 기준고용률(1~23%) 이상 고용하면 인원 1인당 분기별 27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방기선 기재부 차관보는 지난 1일 열린 브리핑에서 “지난해 1만7000명이 지원해 총 165억원가량이 집행됐다”며 “내년에 일몰 예정인데 사업 설계를 변경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정부는 장기요양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재정 안정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도 밝혔다. 우병렬 기재부 경제구조개혁국장은 “우선 부정수급을 대폭 줄이고 전달 체계를 효율화하는 쪽으로 접근할 것”이라며 “보험료율 인상까지는 검토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장기 재정 전망 주기를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고 재정 전망 시계 역시 ‘40년 이상’에서 ‘20~30년’으로 축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밖에 ▲고령 친화 산업 육성 ▲해외 우수 인재 유치 확대를 위한 지원 제도 신설 ▲노후 생활 안정을 위한 주택연금 및 퇴직·개인연금 활성화 등이 주요하게 거론됐다. 인구 변화에 맞춰 주택 수급을 재추계하고 고령자·소형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 인구과소지역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 공공·생활 시설을 중심지에 집약하고 보건소·도서관·체육관 등 지방자치단체 간 행정서비스를 공동 제공하는 방안,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해 학교 시설을 복합화하고 대학의 평생·직업 교육 기능을 확대하는 방안 등도 포함됐다.
이경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