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이 청·장년보다 5.4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등 공적 이전소득 수준 또한 OECD 평균을 크게 밑돌고 있는 만큼 공적 부양책임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2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펴낸 ‘보건복지 이슈 앤드 포커스’ 최신호 ‘한국의 노인 빈곤과 노후소득보장’을 보면 중위소득 50%를 기준으로 한국 노인 빈곤율은 2013년 47.2%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다음으로 높은 호주보다 13.5%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청장년과 노인 간 빈곤율 격차도 최고 수준이다. 한국은 2015년 기준 퇴직연령과 근로연령 빈곤율 상대배율이 5.4배에 달했다. 노인 빈곤율이 청장년보다 5.4배 높다는 얘기다.
다음으로 높은 스위스(3.0배), 호주(2.5배)와 큰 차이를 보이는 건 물론 네덜란드(0.3배)와 스페인, 프랑스, 덴마크(이상 0.4배) 등 노인 빈곤율이 청장년보다 낮은 상당수 나라들과도 차이가 났다.
여유진 보사연 소득보장정책연구실 연구위원은 “소득의 생애주기 간, 세대 간, 계층 간 재분배가 잘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결과”라며 “그 결과 OECD 국가들은 평균적으로 생애주기별 빈곤율이 평탄화되어 있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노동시장에서 퇴거가 이루어지는 51세 이후 시기부터 빈곤율이 급격하게 증가하기 시작한다”고 분석했다.
고령화로 인해 전체 빈곤인구에서 66세 이상 노인인구가 차지하는 비중도 2003년 27.9%에서 2014년 49.0%로 상승했다.
공적연금과 기초연금, 정부지원 등이 포함된 공적 이전소득 규모도 다른 나라들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2013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노인에 대한 공적 지출 수준은 2.23%에 불과하다. 같은 해 OECD 평균인 7.7%는 물론, 고령화 수준을 고려해도 상대적으로 소득보장 수준은 낮은 편이다.
주요 OECD 국가들은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비중이 14%를 넘어서는 '고령사회'에 진입할 당시 GDP의 6.51%(1980~2013년 사이 고령사회 도달한 13개국)~7.05%(1980년 이전 도달한 7개국)를 노인에 할당했다. 반면 한국은 2017년 고령사회에 진입했는데 당시 GDP에서 공적 이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2.8%였다.
연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상대적으로 낮다.
우리나라 노인단독가구와 부부가구 소득에서 연금은 각각 11.9%와 22.5%만을 차지한다. 2003년 기준 공적연금 소득이 90.6%를 차지하는 네덜란드를 비롯해 프랑스(88.5%), 독일(86.7%), 스웨덴(85.9%), 이탈리아(81.1%), 영국(72.1%), 아일랜드(62.9%) 등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직역연금을 포함해 공적연금을 받고 있는 노인가구는 전체의 41.3%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그 결과 공적연금만으로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는 노인 비율은 최저생계비 기준으로 7.4%, 중위소득 50% 기준으로 6.4%에 불과했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기초보장제도를 모두 더해도 최저생계비 기준으로 16.9%만이 빈곤에서 탈출하라 수 있는 상태다.
이처럼 높은 노인 빈곤율과 낮은 공적이전 원인으로 여 연구위원은 ▲연금이 성숙할 때까지 가족의 사적 이전소득에 의존해야 하는 적립방식 국민연금 ▲하향식 공적연금 확대 방식 ▲노동시장 이중 구조화 및 불안정성 문제 ▲낮은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 ▲공적연금과 기초연금의 낮은 급여 수준 ▲재정안정성 중심 보수적인 노후소득보장 정책결정구조 ▲사적 부양을 대체할 공적 부양책임에 대한 사회적 합의 부재 등을 꼽았다.
여 연구위원은 “노인 빈곤을 줄이기 위해서는 연대와 보편주의에 기반해 노인 빈곤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 성공한 복지국가 사례를 중심으로 현실적인 대안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과 대타협이 필요하다”며 노인 빈곤율이 비교적 낮으면서 노인지출도 낮은 네덜란드, 영국, 아일랜드, 캐나다, 호주 등에 대한 사례 분석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노후소득보장에 대한 사회적 대타협을 위해서는 합리적 대안 마련, 이해 당사자 대표체 간의 양보와 타협 뿐 아니라 국민을 설득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석용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