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들을 위한 할아버지 서당(한자 성어로 보는 24절기- 만공(滿空) 배재수
윤기나는 벼들도 이제 익어가고, 주렁주렁 열린 매화열매 가지가 휘어진다
조선후기 대문장가 영재(寧齋) 이건창(李建昌1852~1898)의 시 ‘初夏卽事’(초하즉사 : 초여름의 일) 4행중 2행으로 깊어가는 여름의 정경(情景)을 잘 표현했다.
벌써 한 해의 절반이 지나고 7월 한여름 중간에 와 있다.
24절기 중 소서(小暑)는 태양의 황경(黃經)이 105도에 와 있는 싯점으로, 음력 6월에 양력은 7월7~ 8일 경이 된다( 금년은 7월 7일).
하지(夏至)와 대서(大暑) 사이의 절기이며 ‘작은 더위’ 라고 하여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다. 이 시기는 또 여름 장마철이기도 하다.
소서가 되면 하지 무렵에 모내기를 끝낸 모들이 뿌리를 내려서 논매기(논의 잡초제거)를 해줘야 한다.
농가에서는 논둑이나 밭두렁의 잡초를 베어 농사용 거름인 퇴비를 만들었고 가을보리를 베어낸 자리에는 콩이나 팥 조 등의 농작물들을 심어 이모작을 하기도 한다.
또한 이때는 과일이나 채소가 나오기 시작하여 제철 식재료로 오이 애호박 감자 등이 풍성 해진다. 냇가에는 살이 오른 영양만점 다슬기들이 많아져서 별미로 즐기기도 한다.
현대농법으로 이때가 제철이 된 토마토 수박 참외 등이 시장과 과일가게에서 넘쳐나고 자두 복숭아도 나오기 시작한다.
갓 수확한 밀과 보리 감자로 만든 국수나 수제비 등의 밀가루 요리가 소서 절기음식 으로 입맛을 돋운다.
소서 절기에 많이 쓰이는 속담들은 주로 하늘만 바라보며 농사를 짓다가 가뭄 등으로 소서가 지나서야 모내기를 해야 했던 시절을 배경으로 탄생했다.
‘7월 늦모는 원님도 말에서 내려 심어 주고 간다’ ‘소서 모는 지나가는 나그네도 달려든다’ ‘소서가 넘으면 갓 결혼한 새각시도 모 심는다’등이 있으며, 5월부터 시작하여 소서 전에 모내기를 끝내야 하는데 농사가 늦어지면 모든 일손을 다 동원해야 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