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친구와 잘 아는 동네 호프집을 찾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4인용 테이블 10여 개가 거의 중년여성들로 꽉 차있었다. 당황스러웠지만 나올 수도 없고 해서 구석에 있는 빈 자리에 앉았는데 어쩐지 어색한 분위기였다.
그런데 그들이 나누는 떠들썩한 대화를 엿듣고 마음이 좀 편해졌다.
그녀들은 모두 골프 동호인들로 골프광인 우리도 그 기분과 분위기가 이해되고 공감이 갔기 때문이다.
그래서 옆자리 여성들에게 말을 걸어 보았다. 수도권에서 골프를 치고 식사후 동네까지 와서 입가심 생맥주 한 잔씩 한다는 것이었다. 매월 이런 식으로 월례회를 한다고 했다. 평일이니까 직장인들은 아니고 대부분 전업주부들 같았다.
참 아름다운 모습이었고 보람된 삶을 사는 것 같았다. 여성들에게 골프는 특정계층이 아니면 상상도 못할 특별한 스포츠였던 것이 불과 수 년 전의 일이었으니까.
소득향상 골프대중화정책 골프장의 공급과잉으로 구매자시장 상황이 되어 비용이 싸지고 예약이 쉬워져서 그 만큼 기회가 많아졌다고 할 수 있다.
여권신장, 남녀평등사상, 워라벨같은 가치관의 변화도 여성들의 레저스포츠 참여도가 높아진 배경이기도 하다.
통계청의 ‘2017년 레저시설 이용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17년 국내 골프장 이용객 총 306만 명 중 여성이 74만 명으로 나타났다.
2년 전 보다 여성골퍼 증가율이 남자의 약 2배나 되었다. 40~50대 여성골퍼가 급속히 늘었고 60대 이상 여성은 71.1%나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앞으로 10여 년간 40대 이상 여성골프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 된다.골프에 참여할 수 있는 모든 여건이 좋아졌고 중년여성들에게 매우 적합한 운동이라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골프장 사업자들도 중년여성고객 확보에 사활을 걸 것으로 예측된다.
호프집에서 들은 그들의 허심탄회한 대화가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마음이 활짝 열리고 단조로운 가사로 생기는 스트레스를 다 날려 버린 듯 즐겁게 수다떠는 그 모습들은 정말 보기가 좋았다.
남편들이 이 광경을 본다면 아내들의 골프를 발벗고 나서서 지원할 것 같았다.
필자가 골프를 시작한 1990년대 초에도 아내들이 “나도 골프 배울까” 하면 많은 남편들이 “그래 배워 봐라”고 대답은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니가 무슨 골프를…”라며 무시하기 일수였다.
경기도 신도시 거주 40대 중년여성들을 대상으로 생활체육 연구기관이 조사한 결과를 보면, 그녀들의 골프문화의 특징은, 가사업무와 일상으로부터 탈출구 역할을 하고, 알뜰골프를 추구하여 더치페이 등 합리적 소비문화가 형성되어 있는 반면, 클럽이나 패션에 대한 과시욕으로 과도한 소비페턴도 동시에 나타난다.
골프 동호인들끼리만 어울리고 골프하는 중산층 여성으로 격이 높아졌다는 자부심으로 골프에 몰입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과거에 비해 남편이나 남성에 의존하지 않고 그들만의 독립된 골프 여가문화를 주도하고 있다. 남녀평등이 실현되고 사교수준의 업그레이드와 여성들의 새로운 생활페턴을 주도하는 생활체육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갖고 있다.
한 스포츠 심리학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골프가 중년여성들에게 미치는 긍정적 심리효과는,
1. 아름다운 자연 야외환경에 의한 정신적 힐링효과
2. 어떤 일에 몰입함으로 집중력 향상
3. 좁은공간 끝이 없는 가사업무에 따른 정신적 피로누적 예방
4. 다음 라운드 약속에 대한 기대감으로 희망이 있는 일상생활
5. 매사에 자신감이 생기고 사교의 폭과 수준의 상승에 따른 자긍심 증대 등이 있다.
또 골프를 시작하면 그녀들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온다. 고상한 숙녀클럽의 일원으로 여기며 이에 걸맞는 격조높은 언행으로 자신의 격을 스스로 높인다.
부지런하고 계획적이며 시간활용 효율성이 극대화 된다. 반복적 스윙에 의한 팔 다리 허리운동은 균형있는 체형유지에 도움이 되고, 소외감이 없어져서 소속감으로 생활에 생기가 넘치고, 운동으로 숙면을 하게 되며 갱년기 증세가 완화되어 성격이 부드러워져서 가족이 화목해 진다.
현대는 “나도 골프를 한다”로 바뀐 시대다. 골프에 대한 인식,기회와 비용, 장비와 교습 노하우 등 모든 여건이 긍정적이고 발전된 신골프시대가 되었다.
집지킴이 가정주부 안방마님 손주돌보미로만 방치하지 말고 아내를 우아한 사교계 여성으로 데뷰 시키자.
마음과 몸이 건강하고 너그러운 아내를 원한다면 우선 골프장으로 데려가라.
부부간의 금슬과 삶의 질이 Level Up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