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가 임대 중이던 가게를 계약 종료 후 직접 운영하겠다고 밝힌 경우, 임차인이 새 임차인을 주선하지 않았더라도 권리금을 줘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최근 한모씨가 건물주 박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에 돌려보냈다고 11일 밝혔다.
한씨는 2008년부터 커피전문점을 운영했다. 박씨는 2016년 10월 가게를 직접 운영하겠다며 나섰고, 한씨는 “박씨 방해로 신규임차인을 찾지 못했다”면서 3700만원 상당 권리금을 손해배상 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한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 건물주의 권리금 회수 기회 보호의무 위반을 인정받으려면 계약 만료 3개월 전부터 임차인이 신규 임차인을 주선해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데, 한씨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대법원은 판단을 달리했다.
재판부는 “임대인 상대로 권리금 회수 방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구하려면 원칙적으로 신규 임차인을 주선했어야 한다”면서 “하지만 임대인이 새 임차인과 계약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확정적으로 표시한 경우까지 신규임차인 주선을 요구하는 건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사람과 임대차계약을 할 의사가 없음을 확정적으로 표시했는지 여부는 계약 종료 무렵 신규임차인 주선 관련 임대인과 임차인이 보인 언행과 태도, 구체적인 주변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박씨는 한씨에게 ‘상가를 더이상 임대하지 않고 아들에게 커피전문점으로 사용하게 하겠다’는 취지로 말했고, 한씨가 뜻을 확실히 밝혀달라고 하자 상가를 인도받아 직접 사용할 계획이라고 했다”며 “한씨는 진행 중이던 신규임차인 물색을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토대로 재판부는 “박씨는 직접 상가를 이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한씨의 신규임차인 주선을 거절하는 의사를 명백히 표시했다”며 “이 경우 한씨에게 신규임차인 주선을 요구하는 건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씨가 실제 신규임차인을 주선하지 않았더라도, 임대인의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 위반을 이유로 박씨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석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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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날 : [2019-07-15 17:17: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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