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 가요계 스타에서 ‘병역기피의 대명사’로 추락한 가수 유승준(43·스티브 승준 유)씨에 대한 한국 정부의 비자 발급 거부가 위법하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반발 여론이 들끓고 있다.
과거 그는 ‘바른 청년’ 이미지로 활동하다가 입대를 앞두고 돌연 국적을 버리면서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이후 그는 미국인 자격으로 한국에서 활동하려는 시도를 여러 차례 했으나 입국금지, 사증발급 거부 등의 처분을 받았다.
11일 유씨에 대한 대법원 판단이 나온 이후 시민들 사이에서 비판 목소리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20대 후반 이상 남성들을 중심으로 상당히 격앙된 반응들을 내놓는 것으로 보인다.
직장인 천모(28)씨는 “한국에 오는 이유도 돈 때문이라는데 이런 식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이 가능하다면 누가 군대를 가겠나”라며 “유승준은 옛날 사람이라 별로 관심도 없지만 그렇다고 다시 와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분개했다.
40대 직장인 A씨도 “무슨 판결이 이러냐. 국민을 그렇게 농락했던 사람을 다시 돌아올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국민 정서에 반하는 판결”이라고 했다.
온라인상에서도 “병역기피의 선구자여서인지 파급력이 아직도 있는 것 같다”, “병역기피 목적으로 국적 세탁을 해도 영리 활동 가능한 비자로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냐”는 등의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또 “그렇게 욕을 먹고도 왜 오고 싶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군대에 갈 것처럼 거짓말하고 한국에 돌아오지 않은 다음에 버티면 된다는 것을 알려준 것”, “직접 와서 수많은 비난과 조롱을 직접 느껴봐라” 등 견해가 쏟아졌다.
나아가 우울감을 호소하거나 “입대 기피 방법을 안내해준 것”, “군대 가기 싫으면 외국가면 된다는 것이 입증된 것”이라는 방향의 목소리도 대두하고 있다.
아울러 “비자 발급은 되어도 여전히 국내에는 들어올 수 없을 것”, “여론이 있는데 현실적으로 입국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입국을 거부할 명분은 너무 많다. 행정소송하면 죽을 때까지 하게 될 것” 등 반감을 내비치는 경우도 등장했다.
물론 유씨를 옹호하는 방향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유씨에게만 가혹한 것은 맞다”, “이제는 한국와도 괜찮지 않겠냐”, “유씨 아니라도 기피할 사람들은 다 기피한다”는 등의 목소리가 이에 해당한다.
유씨에 대한 사회적 반감과 그의 입국을 금지하는 것은 달리 봐야 한다는 방향의 시선도 있다.
예를 들면 “입대 안 될 나이에 군대보내주면 가겠다는 말을 하는 것이 비열하지만, 계란을 맞더라도 입국을 아예 금지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싶다”는 주장 등이다. 또 “비슷하게 병역기피한 사람들이 재벌가, 정치계에 수두룩한데 같은 잣대로 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형평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나 “첫 사례라 마녀사냥 당한 것은 사실”이라는 등의 동정론도 존재한다.
30대 여성 직장인 조모씨는 “감정적으로 생각하면 비난할 일이지만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입대를 안 한 것이 법을 어긴 건 아니지 않나”라며 “비슷하게 군대 안 간 사람도 많을 텐데 이렇게 오래 입국을 막을 일은 아닌 듯하다”고 말했다.
학창 시절 유씨 노래를 즐겨들었다는 B씨도 “입국금지 조치를 할 때부터 그 정도로 할 일인가 싶었다”며 “국내에서 테러할 우려가 있는 것도 아니고 국내에 들어오지조차 못하게 하는 것은 부당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날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유씨가 LA 총영사관을 상대로 낸 사증(비자) 발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입국금지 결정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처분에 해당하지 않고 이를 따랐다고 해서 사증발급 거부 처분의 적법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사증발급 거부 처분은 행정청의 재량 행위”라며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과 그로써 처분 상대방이 입게 되는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를 전혀 비교형량하지 않은 채 처분을 했다면 그 자체로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유씨에 대한 13년 7개월 전의 입국금지결정이 있었다는 사유만으로 사증발급을 거부한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또 병역기피를 목적으로 외국인이 된 경우라도 38세 전까지만 재외동포 체류자격 부여를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을 언급, 유씨에 대해 재외동포 비자(F-4)는 발급될 수 있다는 취지로 사건을 원심에 돌려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윤봉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