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국내 강제동원 피해자에게만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는 소송이 제기됐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 2012년 헌법재판소가 이와 관련해 합헌 결정을 한 만큼 별다른 입법 없이 법원이 보상금 지급 결정을 할 수 없다는 취지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함상훈)는 11일 국내 강제동원 피해자 김영환 할아버지가 외교부장관을 상대로 낸 보상지급 청구소송에서 각하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외교부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외교부장관은 대한민국의 한 부속청에 불과하고, 이 기관은 돈을 주고 이럴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가라든가 지방자치단체만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할 수 있는 것이지 이렇게 외교부장관을 상대로서는 할 수 없는 형식이라 각하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소송을 제기하기 위한 형식적 요건을 갖추지 못해 본안 판단도 할 수 없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또 “예비적 청구취지로 법 제정을 하지 않은 것과 보상절차를 취하지 않은 게 법에 어긋난다고 했는데 법 제정을 하지 않은 것은 법원이 어떻게 해결해줄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국회가 할 일이라 법원에 청구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어 각하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보상을 신청하려면 원고 측에 권리가 있어야 하는데 헌법재판소에서 알다시피 합헌으로 나왔기 때문에 지금 현재 행정법원 입장에서는 어떻게 구제할 방법이 없다”며 “저희도 딱한 면이 있는 건 아는데 행정소송으로 해결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형식에 맞지 않아 모두 각하하는 판결을 선고할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김 할아버지는 지난 1945년 3월 스무살 나이에 전라북도 군산에서 강제징집돼 경기도 시흥시에 위치한 부대에서 군생활을 했다. 이후 열악한 환경에서 강제노동에 시달린 데 따른 책임을 지라며 국가에 보상금 등 지급신청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 할아버지는 “한·일청구권 협정 당시 보상 청구대상에 국내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제외해 보상금을 받지 못한 손해가 발생했다”며 지난해 11월 외교부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헌재는 지난 2012년 7월 옛 태평양전쟁 전후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합헌 결정한 바 있다. 당시 헌재는 “국외 강제동원자가 국내 동원자보다 정신적·육체적 고통이 더욱 크다”며 “국내 동원자는 대규모여서 예산이 많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판단했다.
최 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