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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여유 그리고 풍요로움

두레박 - 이 선 정 교수(연세대학교 미래교육원)
늘 청년인 줄 알며 살아왔던 내게도 어느새 새내기 노년기가 찾아왔다. 

‘저출산과 고령화’관련 인구문제를 교육하게 되면서 특히 고령화 사회의 주인공인 노년들의 삶에 더욱 마음이 간다. 

요즘 드라마나 영화를 보더라도 고령화 사회를 지나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한국에서 단역이나 조연에 지나지 않던 노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작품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는 자연스런 현상이 됐다. 

최근 국내외 예술계에서 주목받는 작품을 이야기할 때도 ‘노년의 삶’이라는 소재를 빼놓을 수 없다. 문화 예술계에서도 노년의 삶을 다양하고 예리하게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다. 

치매나 고독사 처럼 고령화 사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공통된 현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노년들의 모습은 어떤가? 흔히 젊은이들에게 그들은 꼰대라고 불리기도 한다. 

최첨단에 무지하고, 막무가내에 낄 데 안 낄 데 구분 못하는 건 기본이란다. 

지나온 세월을 훈장처럼 여기며 잔소리 늘어놓기를 좋아하는데다 이제는 제멋대로 고장 나는 몸이 되어버린, ‘당장 국수를 먹다가 죽어도 아무렇지 않을’ 나이에 다다른 것이다. 

 

황혼에도 열정적인 사랑을 나누었던 괴테는 노년에 관한 유명한 말을 남겼다.

 

노인의 삶은 “상실의 삶”이다. 

사람은 늙어가면서 다음 다섯 가지를 상실하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건강과 돈, 일과 친구, 그리고 꿈을 잃게 된다. 

누구나 맞이하게 될 노년, 괴테의 말을 음미하며 준비를 소홀히 하지 않는다면 황혼도 여유와 풍요로움으로 채울 수 있다.

 

건강

몸이 건강하지 못하면 세상 온갖 것이 의미 없다. 건강은 건강할 때, 즉 젊었을 때 다져놓아야 한다. 이 말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지만 지난 후에야 가슴에 와 닿는 말이다. 이제 남은 건강이라도 알뜰히 챙겨야 한다.

 


스스로 노인이라 생각한다면 돈을 벌 때가 아니라 쓸 때이다. 

돈이 있어야 말이지? 돈 없는 노년은 서럽다. 

그러나 돈 앞에 당당하자.


당신은 몇 살부터 노인이 되었는가? 

노년의 기간은 결코 짧지 않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서자. 일은 스스로 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에게도 기쁨을 준다. 죽을 때까지 삶을 지탱해 주는 것은 사랑과 일이기 때문이다.

 

친구

노년의 가장 큰 적은 고독과 소외라고 한다. 

노년을 같이 보낼 좋은 친구를 많이 만들어 두자. 친구를 사귀는 데도 시간, 정성, 관심, 때론 돈이 들어간다.

 


노인의 꿈은 하늘나라에 대한 소망이다. 꿈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신앙생활, 명상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어느 날 들이닥친 존재감의 상실, 기억의 증발, 고독과 고통 등을 극복하며 여유와 풍요로움으로 살아가자. 

성공을 위해 혹은 돈을 벌기 위해 시간과 정열을 쏟았던 과거에서 벗어나 정말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며, 보다 풍요롭고 여유 있는 삶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아름답게 완성해 나가자.

 

찬란하게 빛나고 뜨겁게 이글거리는 낮의 태양빛이 수그러지면서 빛을 잃고 떨어져버리는 행성이 아니라 한낮의 찬란한 빛을 품어 은은한 빛으로 토해내며 어둑함으로 물들어가는 세상을 부드럽고 환하게 밝히며 더 빛나는 달이 될 수 있는 것은 노년의 특권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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