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1갑씩 30년 이상 담배를 피운 만 54~74세 33만여명이 다음달부터 국가 폐암 검진을 받는다. 올해는 고위험군 중 홀수년도 출생자가 대상이며 검진 비용 1만원가량만 부담하면 된다.
보건복지부는 장기흡연자를 대상으로 저선량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을 통한 폐암검진사업을 이달부터 시행한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개정 암관리법 시행령과 암검진실시기준에 따라 올해부터 만 54~74세 중 30갑년 이상 흡연력을 보유한 흡연자에게 2년 주기로 실시된다. 흡연력은 하루 평균 담배소비량(갑)에 흡연기간을 곱한 것으로 30갑년은 매일 1갑씩 30년 또는 2갑씩 15년 담배를 피웠다는 얘기다.
올해는 약 33만명에 달하는 홀수년도 출생자가 검진 대상자이다. 흡연력은 폐암 검진 수검연도 직전 2년간 국가건강검진 문진표 등을 통해 확인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달 31일까지 대상자에게 안내문(폐암 검진표)을 발송한다. 올해 대상자는 8월을 기준으로 내년 12월말까지 지정 기관에서 받을 수 있다.
대상자는 폐암 검진표와 신분증을 지참해 검진표에 안내된 폐암검진기관을 방문하면 된다. 29일 기준 종합병원급 이상 폐암검진기관은 230곳이다.
저선량 흉부 CT(Computed Tomography) 검사 비용 약 11만원 중 본인 부담분은 10%인 1만원 정도이며 건강보험료 하위 50%와 의료급여 수급권자는 무료로 받을 수 있다.
검사결과 및 금연상담 등 사후 결과 상담이 제공된다. 필요한 경우 검진기관에서 8~12주간 최대 6회에 걸친 상담과 금연치료의약품 처방을 받을 수 있는 금연치료 지원사업과 연계된다.
2017년 암종별 사망률을 보면 폐암은 인구 10만명당 35.1명이 목숨을 잃어 암 사망 원인 1위(간암 20.9명, 대장암 17.1명, 위암 15.7명 순)였다. 5년 상대생존율은 췌장암(11.0%)에 이어 27.6%로 두 번째로 낮은데 조기발견율은 20.7%로 위암(61.6%), 대장암(37.7%), 유방암(57.7%) 등에 비해 낮다. 빨리 발견했다면 5년 생존율은 64%까지 높아질 수 있다.
폐암 90%는 흡연자에게서 발병하는데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폐암 발생 위험도가 11배나 높은 것으로 알려져 조기 암 검진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한국은 흡연율이 2017년 기준 17.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6.3%)보다 높은데 특히 남성 흡연율이 31.6%로 OECD에서 가장 높다.
폐암 검진은 일부 해외 국가에서도 권고하거나 도입하고 있다. 미국은 공공·민간 의료보험으로, 영국은 국민보건서비스(NHS) 주관으로 폐암 사망률이 높은 10개 지역에 검진을 지원 중이다.
한국도 2013~2015년 전문가 논의과정을 거쳐 2015년 폐암검진 방식·대상자 등 '폐암 검진 권고안'을 마련하고 제3차 암관리종합계획(2016~2020년)에서 단계적 도입방안을 포함했다.
이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지난해 12월 국가암관리위원회 의결을 거쳐 도입하게 됐다.
김기남 복지부 질병정책과장은 “폐암 발생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에 대해 정기적 검진을 지원해 폐암을 조기에 발견·치료할 수 있도록 하는데 의의가 있다”며 “폐암검진기관 정보수집(모니터링) 및 맞춤형 교육 등 폐암검진의 질 관리를 강화하고 금연치료 지원사업과의 연계를 통해 장기흡연자가 폐암 검진 이후 금연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한미 기자